아내의 자리 아내의 자리 이 예 경 사무실을 난생 처음 계약하고 와서 우리는 뭔가 일 저지른 기분이라 잠을 설쳤다. 남편은 명퇴 후 개인 사업자가 되면서 야생동물같이 살게 되었다며 걱정반 기대반으로 긴장한 모습이다. 얼떨결에 나도 직장여성이 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전문인 회사에서 비전문인인 내가 .. 자작 수필 2009.08.11
어머니 어머니 추석이 또 돌아왔다. 남편이 맏이므로 전날부터 우리집 거실에는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로 떠들썩하다. 시부모님은 오랜만에 아들과 손주들에 둘러싸여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행복해하시고, 나는 동서들과 함께 음식준비로 분주히 오가면서 덩달아 따라 웃는다. 며느리가 넷이니 ‘소’라도 잡.. 자작 수필 2009.08.11
아버님의 명화집 아버님의 명화집 추석에 시아버님 성묘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아버님이 생전에는 어렵기만 하신 분이었는데 돌아가신 지도 3년이 지났는데,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버님이 82세 때였다. 어느 날 안부전화를 드린 내게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강습을 .. 자작 수필 2009.08.11
아버지와 맏딸 아 버 지 이 예 경 어버이날을 앞두고 친정 가는 길에 올해는 유난히 어릴 적의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부모님이 팔십을 넘으시니 근래에는 목소리를 높혀야 대화가 가능하고 거동도 나날이 불편해지시고 있다. 미래에는 누구나 겪을 일이겠지만 뵐 때마다 가슴 아프고 귀가 후에도 마.. 자작 수필 2009.08.11
아버지의 숙제 아버지의 숙제 해마다 명절이면 귀향행렬을 보게 된다. 교통대란으로 정체가 심해도 그들의 표정들은 밝기만 하다. 이북 고향을 떠나온 지 54년, 고향이 있어도 가볼 수 없는 부모님께서는 그런 광경을 보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장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본의 아니게 54년 전에 고향을 떠나오.. 자작 수필 2009.08.11
아 침 아 침 아침이라 하면 약수터, 시원한 공기, 운동, 늦잠, 숙취, 태양, 희망 따위로, 떠오르는 단어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컨디션에 따라 아침형과 저녁형, 그리고 이상적인 종합형으로 구분 짓는다면,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힘들어 항상 10분 만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인 나는 저녁형인 것 같다. 겨울.. 자작 수필 2009.08.11
운 전 면 허 운 전 면 허 딸아이가 운전 면허를 얻은지 얼마 안되어 주행 실습을 하고 싶어했다. 기회만 있으면 딸을 운전석에 앉히고 나는 조수석에 앉게 되는데, 나도 모르게 계속 나오는 잔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다. 결혼 초의 일.. 자작 수필 2009.08.11
이 사 이 사 이예경 아침 8시에 상자랑 큰 바구니를 들고 온 이삿짐센타 직원들은 전문가답게 순식간에 짐을 꾸린다. 딸네는 결혼 3년째에 짐이 많이도 늘었다. 장정 몇 명과 아주머니가 와서 짐을 싸는데, 내가 안방에 있으면 “저리가세요” 저 방에 가도 “좀 비켜주세요” 이건 완전 개밥에 도토리 같은 .. 자작 수필 2009.08.11
책 정리 책 정리 이삿짐을 꾸리다가 보면 부부간에 심심치 않게 다툼이 일어난다. 짐의 대부분인 책 때문인데, 남편이 버리려고 쌓아 놓은 것을 보고 내가 흥분을 하는 까닭이다. 아깝게 이런 것까지 없애려 하느냐고 책 무더기를 뒤지면서 내가 이것저것을 골라내면, 애쓰고 정리해 놓은 것을 도로아미타불을.. 자작 수필 2009.08.11
청계산 회원권 청계산 회원권 이 예경 산자락에 도착하니 초가을의 무성한 숲은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가을 벌레소리가 요란하다.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별일이 없는 한 우리 가족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한 주일에 두세 번씩 청계 산에 오른다. 간단하게 운동 겸 등산을 즐길 마음으로 나.. 자작 수필 200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