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찜 붕어찜 이예경 주말에 양평을 다녀오는 길인데 차량행렬이 끝이 없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도무지 꼼짝을 안한다. 옆으로 눈을 돌리니 오랜만에 보는 남한강인데, 이제 보니 강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길가에는 온통 붕어찜 전문이란 간판 투성이다. 토요일 오후인지라 체증이 쉬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자작 수필 2009.08.11
비 둘 기 비 둘 기 이예경 외출했다가 집에 오니 대문 앞 가스 검침기 위에 비둘기가 앉아있다. 웬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자리가 아닌 것 같아 비둘기를 쫒으려고 현관에 세워둔 우산을 집어들었다. 그랬더니 옆에서 보던 남편이 깜짝 놀라 우산을 뺏으며 혀를 찬다. “쯧쯧! 밤눈이 어두운 비둘기더러 이 .. 자작 수필 2009.08.11
새로운 세대의 탄생 새로운 세대의 탄생 이예경 지난 1월 중순, 재작년에 장가든 아들이 가을에는 첫손주를 보실 것 같다고 하였다. 오월에는 외손주를, 구월에는 친손주를 볼 예정이니 인생살이에서 뭔가 진도가 팍 나가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인생의 뒷전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연말에 아들이 주택 융.. 자작 수필 2009.08.11
서생원의 죽음 서생원의 죽음 이예경 한밤중인데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인가하여 귀를 기울여 들어보아도 둔탁하게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다. 남편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거실로 나가 보자고 한다. 불을 켠 순간, 우리는 소리를 지를 번했다. 거실에는 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자작 수필 2009.08.11
소나기 소나기 이 예 경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밖으로 눈이 간다. 건너편 먼산 위의 구름이 갑자기 부서져내려, 잿빛하늘이 차츰 옅어지는 것이 보인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가 언제 보아도 경이롭다. 이런 날이면 소나기로 생긴 일들이 떠오른다. 그리스로 단체 여행을 갔을 때였다. 서울의 .. 자작 수필 2009.08.11
손주와의 첫 대면 손주와의 첫 대면 해산 한 딸이 산후조리 하러 내 집, 친정에 왔다. 아기는 젖내를 풀풀 풍기며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아기는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한두 시간 간격으로 계속 울어대고 기저귀를 적시고 우리를 너무나 피곤하게 한다. 그로부터 달포간 애기와 지내면서 할머니 눈에 비친 아기는 어머.. 자작 수필 2009.08.11
십 자 매 십 자 매 동네 공터에 새장수가 왔다며 구경을 가자고 해서 아이들을 따라가 보았더니, 떠돌이 새장수가 방금 새장을 내려놓은 참이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며 새장 앞을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노래도 잘하고 키우기에도 까다롭지 않다는 십자매를 사게 되었다. 새장수는 암수를 맞춰 준다며, .. 자작 수필 2009.08.11
아나바다 장터 아나바다 장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보에 아나바다 장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무슨 외국어 같지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는 뜻으로 알뜰 시장을 요즘은 그렇게 부르나보다. 호응도가 높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옷이건 가구 건 유행만 지나면 버.. 자작 수필 2009.08.11
아내의 자리 아내의 자리 이 예 경 사무실을 난생 처음 계약하고 와서 우리는 뭔가 일 저지른 기분이라 잠을 설쳤다. 남편은 명퇴 후 개인 사업자가 되면서 야생동물같이 살게 되었다며 걱정반 기대반으로 긴장한 모습이다. 얼떨결에 나도 직장여성이 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전문인 회사에서 비전문인인 내가 .. 자작 수필 2009.08.11
어머니 어머니 추석이 또 돌아왔다. 남편이 맏이므로 전날부터 우리집 거실에는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로 떠들썩하다. 시부모님은 오랜만에 아들과 손주들에 둘러싸여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행복해하시고, 나는 동서들과 함께 음식준비로 분주히 오가면서 덩달아 따라 웃는다. 며느리가 넷이니 ‘소’라도 잡.. 자작 수필 200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