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소식 1940년대 함흥에서 할머니 아들 셋 서울유학 보내고 기도하며 덩그런 집에는 일꾼들, 친척들 같이 살았네 일제 말기에 장남은 학도병 나갔다가 해방되고도 한참 후에 불연듯 고향으로 돌아왔네 어린 신부 데리고 서울에서 살림 차리고 한두번 왕래하다 휴전되니 38선이 생겼네 그렇게 이.. 자작 시 2012.08.01
십자매 짝찾기 십자매 짝찾기 새장수가 골라준 십자매 한 쌍 오늘로 우리 식구 되었다 아이들은 배추 잎을 얻어 오고, 바닥에 모래를 깔아주며 즐겁다. 심장이 톡톡 그리고 따스한 감촉 매일 욕조에서 목욕도 한다 새장 밖으로 나오면 거실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어느 날, 새장 청소 중에 한 놈을 놓쳤다... 자작 시 2012.08.01
아버님 기일에 아버님 기일에 이예경 아홉 해가 지났습니다. 병원에 계셨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지난 9년 동안 진손주가 넷이 생겼구요. 손주 사위는 셋으로 늘었습니다. 막내도 회갑을 맞았답니다 어머님은 뇌졸중으로 손가락도 못 움직이시다가 회복되셔서 7년 째 보행기잡고 걸으십니다. 그런데 .. 자작 시 2012.08.01
예순다섯 생일에 예순다섯 생일에 이예경 1 어릴 적에는 생일케잌에 촛불을 후! 불 때마다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았는데 웬 걸, 젊음을 불어 꺼버렸네 이젠 아무 꿈도 어떤 욕심도 다 날아가 버렸네 하지만 이제 알겠네 속된 세상사 지나고 보니 부질없어 그저 하루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을. 2.. 자작 시 2012.08.01
한밤의 전화 한밤의 전화 이예경 한밤 벨소리에 심장은 요동 치고 겁나지만 안 받을 수도 없다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힘없는 소리 “얘야, 왜 이리 기운이 없니 넘어졌어. 금방 죽을 것 같아“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갈게요“ 벼락치듯 119를 앞세우고 가니 괜찮다고 버티시는 어머니 병원 .. 자작 시 2012.08.01
봄에 온 불청객 불청객 이예경 봄바람 사잇길로 꽃봉오리 올라오면 기별없이 오시는 손님 나 열 받아 온몸의 근육이 욱신욱신 밤새 신음이 어둠을 익힌다 비몽사몽을 헤메다 개처럼 컹컹 짖다가 뜨끔대는 귓속의 슬픈 노래 듣는다 떠난 듯 하다가 머물고 애간장을 태우면서 천천이 가려고 빙빙 돌고 도.. 자작 시 2012.08.01
아침 아침마다 간밤에 보던 책은 머리맡에 전등은 계속 켜진 채로 눈이 떠졌다 꼭 닫힌 건넌방도 불이 켜져있다 그는 밤새 컴퓨터 작업을 했을까 가만가만 부엌에서 식탁을 차린다 9시, 건넌방 문을 두드릴까 말까 수면부족이면 안되지 그냥 식탁으로 돌아와 수저를 든다 ****************************.. 자작 시 2012.08.01
사우나 사우나 이예경 뜨거우면서 시원한 순간은 잠시 발은 뜨겁고 눈이 화끈거리며 아파오고 머리까지 멍 해진다 녹두알 같은 땀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땀구멍이 모두 열리고 피부는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내 살이 다 녹아버릴 것 같다 심판을 기다리는 연옥이 이럴까 피를 흘린 듯 나른하.. 자작 시 2012.08.01
여행이란 여행이란 이예경 일단 밖을 나서야 여행인 줄 알았다 기차를 타고 집을 떠나야 여행인 줄 알았다 그래서 비행기 타고 먼나라 구경도 해보았다 그러나 나이든 지금 여행은 싯귀 속에 빠져서 흠뻑 노닐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여 미지의 세계로 마음을 펼치고 세상을 낯설은 시각으로 보기.. 자작 시 2012.08.01
봄의 향연 봄의 향연 이예경 열대바람이 기운차게 북풍을 밀어 올려 봄바람으로 뒷산에 다가와서는 나무마다 살랑살랑 흔들며 지나가고 훈기를 쏘인 나무들이 황홀한 기지개를 켜네 봄비도 봄바람을 앞세워 가지치기를 시켜놓고 뿌리까지 흔들어 갈라진 땅속으로 스며드네 겨우내 잠자던 뿌리들.. 자작 시 201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