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 문정희 겨울 사랑 - 문 정 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명 시 산책 2010.01.06
해 - 박두진 박두진 :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 해야, .. 명 시 산책 2010.01.02
새해인사 새해를 향하여 - 임 영 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 명 시 산책 2010.01.02
소를 때리지 말아라 -이규보 소를 때리지 말아라 불쌍하구나. 아무리 네 집 소라고 해서 때려야만 되겠느냐? 소가 네게 무슨 짐이 된다고 도리어 소에게 화를 내느냐. 무거운 짐을 지고서 만리 길을 가기도 하니, 너 대신 두 어깨가 피곤하단다. 혀를 헐떡거리며 큰 밭을 갈아주어 너의 입과 배를 모두 즐기게 해주었네. 이만큼이나.. 명 시 산책 2009.12.31
사랑하는 어머니 -디나 베이서 오늘이 어머니의 생일도 아니에요 어머니의 기념일도 아닙니다 어머니날도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오늘일 뿐이에요 제가 더 이상 돈이 필요해서도 아니에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그냥 말하고 싶어요 - 디나 베이서 Dear Mother I know it's not your birthday or your anniv.. 명 시 산책 2009.12.31
일 잘하는 사내 -박경리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명 시 산책 2009.12.31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 정 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시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 명 시 산책 2009.12.24
눈 내리는 마을 / 오탁번 눈 내리는 마을 -오 탁 번 건너 마을 다듬이 소리가 눈발 사이로 다듬다듬 들려오면 보리밭의 보리는 봄을 꿈꾸고 시렁 위의 씨옥수수도 새앙쥐 같은 아이들도 잠이 든다 꿈나라의 마을에도 눈이 내리고 밤마실 나온 호랑이가 달디단 곶감이 겁이 나서 어흥어흥 헛기침을 하면 눈사람의 한쪽 수염이 .. 명 시 산책 2009.12.24
12월의 엽서/ 이해인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 명 시 산책 2009.12.24
홍시 << 홍 시 >> 빳빳하던 자존심 몰캉해지고 새파랗던 희망은 발갛에 소망(燒亡)하고 떫었던 기억조차 달게 느껴지는 늙는다는 건 홍시처럼 되는 것 -「공무원연금」(2009년 11월호) 에서 - ( 나이 들면서 더 좋아지는 홍시 ) * 燒亡 : 불에 타서 없어짐 명 시 산책 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