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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 심의(心醫)와 식의(食醫)

효(孝)‐ 심의(心醫)와 식의(食醫), “내가 무슨 낙(樂)이 있겠니 식사시간이 제일 즐겁지” 83세 어머님은 일곱 개 남은 치아로 다진 반찬들을 죽과 함께 오물오물 잡수신다. 열심히 잡수시는 모습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중풍, 당뇨, 고지혈증으로 입원하셨던 어머님은 쓰러진 지 여러 개월 만에 내 집으로 오셨다. 입원 당시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숟가락도 잡으시고 용변도 해결하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는 의학서적을 찾아보고 이웃의 체험담도 참고하면서 식사준비에 신경을 썼다. 주의할 음식이 많기도 하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 육체라면 기운을 담는 그릇이 피며 음식이야말로 최상의 기공이라 하더니, 나날이 회복에 차도를 보이신다. 이젠 의자에서 일어나실 수도 있고 혈압 당..

노인의 마음 2021.08.21

살구나무 정원

살구나무 정원 오월, 어느새 살구철인가 보다. 노점상에 발그레 잘 익은 살구가 바구니마다 그득하게 담겨있다. 보자마자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려니 내 시선이 살구에 꽂힌 것을 알아차린 과일장사는 얼른 다가와 살구를 먹어보라고 손에 쥐어준다. 어찌 거절하랴, 못이기는 척 입에 넣어본다. 음... 이럴 수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신맛은 어디로 갔는지 달콤하고 향기로운 살구 하나가 나를 온통 행복감에 휩싸이게 한다. 한바구니 그득 담아 사들고 오는 발걸음이 붕붕 뜬다. 이걸 입에 물고 활짝 웃을 식구들 얼굴이 떠올라서다. 친정집 팔판동 기와집 한옥 마당에 있던 살구나무가 떠오른다. 새봄에 꽃이 활짝 필 때 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면 흰 꽃 가득한 마당에서 그윽한 살구향에 내 몸이 휘감기며 하루의 피곤이 ..

노인의 마음 2021.08.21

내 집에 가고 싶다

내 집에 가고 싶다 잠결에 전화를 받고 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다. 병원에서 간병중인 어머니가 아버님이 위중하니 당장 병원에 오라고 한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버님이 큰며느리인 나를 손짓해 부르며 하실 말씀이 있다하신다. "문제의 담석증 치료는 끝났는데도, 폐가 약하다느니 방광에 혹이 있다느니 하면서 붙잡아놓고, 아침저녁으로 주사에 채혈에 각종 검사까지 하니 지긋지긋하다. 병원에서는 생체실험을 하는 것 일뿐, 구순을 바라보는 노쇠한 몸에 그런다고 달라질게 무어냐. 집에 가서 조용히 쉬고 싶으니 당장 119를 불러 다오" 하신다. 나는 아버님의 뜻을 십분 이해했기에 담당의사에게 전했다. 그러나 의사는 치료도 안됐는데 퇴원이 웬말이냐며 귀가 길에 돌아가시면 어쩌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니..

노인의 마음 202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