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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인생을 살아온 벌일까.

노년은 인생을 살아온 벌일까. 엘리베이터에서 윗층에 사시는 교수님을 뵈었다. 운동복 차림인데 아침산보를 다녀오시는 길인 것 같다. 인사를 드리니 손을 내저으며 귀를 가리키신다. 보청기를 안 해서 듣기가 어렵다는 뜻인가 보다. 팔순이 넘으니 건강이 나빠져 한심하다고 한숨을 쉬신다. 교수님은 대학 강단에서 반생을 보내시며 저서도 많지만 특히 고전음악 들으며 독서하는 일이 유일한 취미셨다. 그런데 요즈음 그저 동네산보가 유일한 소일거리일 뿐, 보청기를 해도 귀가 어둡고 시력까지 나빠진 상태라 독서나 음악도 즐기지 못하신단다.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보호자 없이는 외출이 어렵고 일상생활은 물론 부부간에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불편하시다. 그분의 학문적인 업적을 생각할 때 노인 한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이 하나 없어진..

노인의 마음 2021.08.21

정답을 모르는 문제

부모님께서 병원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팔순이신 어머니는 건강을 염려해서 툭하면 검진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난봄에는 뜻밖에도 대장에서 혹을 발견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는 악성이라 수술이 급하다면서 빨리 입원을 하라고 하였다. 겁에 질린 어머니가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느냐 하니, 의사는 더 말해봤자 험한 소리 밖에 나올게 없다면서 설명은커녕 무식쟁이 취급을 한다. 인터넷 검색에서 보니 대체로 양방 의사의 말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라고 한다. 동네 한의사는 혹을 없앨 수는 없고 작아지거나 자라지 않게 할 수는 있다며, 그래도 천수는 누리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수술은 잘 되어도 항암 치료를 이기지 못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수술을 안 하고 시골에서 민간요법으로 여러 해가 지나..

노인의 마음 2021.08.21

아버지의 숙제

해마다 명절이면 귀향행렬을 보게 된다. 교통대란으로 정체가 심해도 그들의 표정들은 밝기만 하다. 이북 고향을 떠나온 지 54년, 고향이 있어도 가볼 수 없는 부모님께서는 그런 광경을 보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장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본의 아니게 54년 전에 고향을 떠나오셨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어도 장손이신 아버지께서는 어머님과 동생들의 안부가 항상 궁금하시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져서 여러 해 전부터 미국 친척을 통해서 고향소식을 알게 되어 반가웠지만 그들이 잘 사는 것 같지 않아서 가슴이 편치 않으시다.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얻고자 신청서를 해마다 내보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생전에 통일이 될까” 툭하면 물으시는 말씀이다. 이제 부모님 연세가 팔순을 넘기면서 건강이 약해지시니 하루..

노인의 마음 202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