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노후설계

젊음의 묘약, 호기심

이예경 2016. 6. 23. 16:17

호기심은 젊음의 묘약!

글 송양민 가천대학교 보건대학원 학장

 

 

공자(孔子)가 쓴 『논어』 위정(爲政) 편에는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삶의 자세가 나와 있다. ‘성인’이라 칭송받는 공자의 수준을 우리들이 따라갈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공자 말씀에 따르면, 십대는 학문에 뜻을 두는(志學) 정도의 나이지만, 쉰 살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知天命)이다. 또 예순 살은 귀가 순해져 무슨 소리를 듣든지 간에 거슬리지 않게 되며(耳順), 일흔 살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從心)에 이르게 된다.

 

공자의 말씀처럼, 우리들이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의 마음가짐으로 후반 인생을 살아간다면 참으로 행복한 삶이 될 듯싶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사람들의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 공자가 언급했던 예순, 일흔을 훨씬 넘어서 여든, 아흔, 백세에 이르고 있다. 100세 장수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생활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필자는 그게 ‘호기심’ 또는 ‘열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해 늘 도전해보고 공부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뇌는 65세까지 채 반도 사용하지 않는다. 나머지 반은 백지(白紙)라고 말할 수 있다. 정년 후의 시간들은 이 새하얀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려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일찍이 프랑스 여류소설가 시몬느 보바르는 노년의 의미를 정의하면서 “사람은 호기심을 잃을 때 노인이 된다”고 했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추억이 꿈을 대신할 때 그때부터 노인이 된다”고 했다. 또 미국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뜻하나니 그대가 여든 살이라도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늘 푸른 청순이네!”하고 노래했다.        

 

호기심과 열정이 많은 사람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늘 부지런히 생각하고, 움직이고, 사람들과 교류한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어느 전직 고위공무원은 은퇴 후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학사학위를 4개나 땄으며, 어느 대기업 CEO는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미술가로 변신해 요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 아주 많다.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95세로 사망할 때까지 평생현역으로 활동을 했다. 그가 93세 때 기자로부터 "평생 7개가 넘은 직업을 가졌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언제가 인생의 전성기였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 "농익은 책들을 많이 써내던 60대 후반이 전성기였다"고 대답했다. 드러커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인생은 우리들이 하기 나름에 따라 새로운 꿈을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실 많은 위인들은 늦은 나이까지 현역 활동을 열심히 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모던 타임스’ 감독으로 유명한 찰리 채플린은 76세까지 영화감독으로 뛰었고, ‘아프리카의 성자’인 앨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89세까지 환자 수술을 했다. 특히 예술가들은 평생의 역작을 노년에 많이 내놓았다. 미켈란젤로는 71세에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렸고, 빅토르 위고는 60세에 ‘레 미제라블’을 썼다. 괴테는 81세에 '파우스트'를 썼으며, J.R.R. 톨킨은 62세에 장편소설 ‘반지의 제왕’을 발표했다. 이런 걸 보면, 공자가 말한 50, 60세의 나이는 아직 젊은 나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 앨렌 랭어 교수 연구팀이 1979년 오하이오주 지역신문에 광고를 냈다. “추억(remembrance) 연구에 참여할 70∼80대 노인 16명을 모집합니다. 일주일간 조용한 수도원에서 옛날 애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구팀은 노인들의 회상(回想)을 돕기 위해 수도원을 20년 전 유행하던 영화와 TV, 잡지, 대중가요, 가구 등으로 채웠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지금이 20년 전이라고 생각하고 그 후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내세운 추억 연구는 겉으로 내세운 핑계였고, 사실은 노화(aging) 연구였다. 연구팀은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첫 번째 그룹은 자기소개서에 20년 전 찍은 아직 젊은 모습의 사진을 붙이고, 모든 것을 ‘현재형’으로 이야기를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주름진 현재 사진을 붙이고, 대화를 모두 ‘과거형’으로 말했다.

 

일주일 뒤, 두 그룹 모두 민첩성·기억력·지능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놀라운 것은 젊어진 정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현재형 그룹이 과거형 그룹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노화심리학의 새 지평을 연, 앨렌 랭어 교수의 이 연구는 마음먹기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생물학적 나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의 조절을 통해 천천히 늙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우리가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들었지만,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늘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항상 청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