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의하면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6, 7년 더 길다. 여자의 인생에 주어진 특전 같기는 한데 지금 노년을 살고 있는 여자들 앞에는 오히려 이 특전이 뛰어넘을 수 없는 스산함의 협곡(峽谷)이 되어 있다. 가족의 행복만 생각했지 자신의 노년을 위해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협곡 앞에서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거나 세월을 원망하는, 희망 없는 노년의 삶을 마주칠 때면 앙드레 모루아의 말이 떠오른다.
“나이를 먹는 기술이란 희망을 잃지 않는 기술이다.”
이야기 하나 ; 많이 가진 것은 축복이지만
행복하기 위해 재물 쌓기에 급급했던 시절이 있었다. 질척거리는 헌 구두와 반짝이는 새 구두의 행복감 차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절대빈곤의 들녘에 상대적 빈곤이 나타나자 삶의 질과 개인의 자유가 행복의 조건을 넘보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에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노라 자만하다 자신의 자만에 발등 찍힌 여인이 있다.
시쳇말로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남자에게 황금열쇠 셋을 들고 시집간 그녀는 평생을 돈에 묻혀 지냈다. 남편이 떠나자 친구들이 그녀 목에 걸어준 별명이 ‘현찰 백억’이었다. 돈에 파묻혀 질식 직전이라는 뜻에서였다. “내가 그 별명을 지었노라” 당당하게 나선 그녀 친구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냉정했다.
은퇴 후의 놀이방,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금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 대학 앵거스 디턴 교수에 의하면 연소득 7만5천 달러가 행복감의 경계다. 연소득이 이보다 낮은 사람은 소득이 높아지면 행복감도 따라서 높아졌지만, 부유층의 경우 소득증가가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한다. 많이 가진다고 많이 행복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는 대기업에서 유리천장을 뚫은 독신녀다. 은퇴한 그녀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동창모임에 나와 던진 첫마디였다. “언제든 불러만 줘. 밥은 내가 살게.” 이 말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한 친구가 “결혼도 싫다, 독립도 싫다”는 노처녀 딸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자 그녀가 불쑥 내뱉었다. “난 그런 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 순간의 그녀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후배의 전언이다.
“그녀가 던진 두 마디는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었어요. 전업주부인 우리는 때때로 그녀의 자유가 부러웠거든요. 성공한 전문직여성으로 은퇴한 그녀 앞에 무료함과 나른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죠. 은퇴 후도 적극적이고 화려하게 살 테고, 상류사회 모임에 뛰어다니느라 우리를 찾을 시간이 없으리라 여겼거든요.”
그녀는 직장생활 30여년을 집과 회사를 오가며 야근과 특근에 파묻혀 지냈을 것이다. 취미 생활, 삶의 지혜, 건강 단련 등 은퇴 후를 위한 놀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은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한 그루 묘목이 거목으로 자라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은퇴 후가 풋풋하고 보람 있는 삶이려면 젊어서부터 경제는 물론이고 자기만의 놀이방 마련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젊어서부터 독서가 취미였어야 노년에도 머리맡에 책을 두는 충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젊어서부터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어야 노년에도 앞산 자락에 앉아 새벽의 산새울음을 듣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젊어서부터 우주의 신비에 감탄해왔어야 노년에도 우주가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듣고 영혼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승진, 돈, 명예. 이것만이면 은퇴생활의 행복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급행열차로 달려온 이 시대는 그 시절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100세 시대, 직장생활보다 더 긴 은퇴 후 40년! 자기만의 놀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외로움 스산함 적막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 문제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은퇴 후의 자기 삶이 이런 쓸쓸한 모습이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미루나무 가지에 걸린
가오리연의 서러운 꿈
서낭당 고목에 너풀거리는
빛바랜 헝겊의 가슴 저린 사연
해질녘 공원에 덩그마니 앉은
녹슨 철제 의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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