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노후설계

안티 에이징의 비결

이예경 2016. 6. 23. 11:09

안티 에이징 비결? 가능한 늦게 꽃을 피우라!

글 한혜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S교수는 내 연구실이 있는 8층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신임교수다. 아마 여러분은 ‘신임교수’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30대나 40대 초반쯤 된 사람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S교수는 아무리 젊게 보아도 50대 후반은 돼 보이는 그런 분이다. 사실 요즘엔 50대, 심지어 60대에 처음 교수가 되는 경우도 꽤 있다. 대학도 여러 모로 변하고 있고, 현장 경력이 많은 전문가를 채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이런 ‘점잖은(젊지 않은?)’ 신임교수들의 분위기가 나이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고? 한마디로 엄청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다. 얼굴은 분명 50대인데 표정이나 몸짓은 30대 신임교수 같다고나 할까, 아니, 어떤 면에서는 무표정한 30대 교수보다 더 젊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젊은 교수들보다 더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던 적도 많고, 아무튼 ‘구임교수’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어떤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달력 나이’ 혹은 ‘얼굴 나이’와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솔직히 이들이 ‘뭘 모르나 보다’ 생각했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대학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 요즘 교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위기의식 속에서 피곤하게 한 한기 한 학기 보내고 있는지 잘 모르나 보다, 라고 말이다. 뭘 모르지 않고서야 남들 다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노상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겠는가? 그 나이에(!) 조교수로 임용된 게 뭐 대단한 성취라고,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꽤 오랜 시간 이들을 관찰한(?) 결과, 내 결론은 이러하다. 이들이 젊어 보이는 이유? 그건 이들이 뒤늦게 핀 꽃이기 때문이다. 일찍 핀 꽃들은 처음 피었을 때의 기쁨과 신선함을 잃고 지금쯤 모두 피곤에 지쳐 시들어가고 있지만, 뒤늦게 핀 이들은 세상 모두가 새롭고 즐거워 보이는 것이다. 밖은 분명 가을이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봄을 즐기고 있으니까.

 

 

 

 

이들은 남들의 평가나 세상의 잣대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이 나이에 조교수면 어떻고, 계약직이면 또 어떤가? 은메달 딴 사람보다 동메달 딴 사람이 더 행복해 하듯, 이들은 인생의 가을에 얻은 자그만 성취에 행복해 하고 감사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토록 젊은 표정을 짓는 것이다.

 

 

안티 에이징. 이제 더 이상 여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남자들 또한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혹은 한 살이라도 젊게 살려고 다방면으로, 눈물겹게 애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옷차림, 머리 모양, 염색, 운동 등등... 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적어도 몇 살까지는 무엇을 이뤄야 하고, 어떤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 꿈에도 시간제한이 있다는 듯이 쉽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 이런  이상한 시간관념만 없앨 수 있다면 훨씬 더 젊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남들 다 피곤해 하고 지루해 할 때, ‘신입’의 표정을 띠고 행복해 하는 모습만으로도 10년은 젊어 보인다. 늦더라도 언젠가 꽃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늦게 꽃을 피우는 것. 요즘 새롭게 터득한 안티 에이징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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