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갱년기, 이젠 터놓고 말합시다
글 한혜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자들에게도 ‘갱년기’가 있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들의 갱년기 증상이나 처방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거나 설명하는 남자들도 많지 않다. ‘갱년기라서 힘들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여자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그래 갱년기니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라는 식의 이해를 받기도 힘들고, 호르몬 치료 등의 처방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도대체 남자들 자신은 갱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35년간 전문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후에《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를 쓴 제드 다이아몬드는 남자들에게도 여자의 폐경기에 해당하는 정신과 육체의 혼란기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남자들의 갱년기는 30대부터 남성호르몬이 감소되면서 찾아오며,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여자들의 갱년기와는 달리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제드 다이아몬드는 남자들의 갱년기 증상을 다음과 같이 나열하였다.
‘신체적으로 피로가 밀려오고, 건망증이 심해지며, 성관계에 자신을 잃고, 체중이 불어난다. 심리적으로도 짜증이 늘고 결단력이 없어지며, 우울한 기분에 자주 사로잡힌다. 인간관계에서 친밀한 우정을 원하지만 고립감에 빠지고,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에게 잘 해주고 싶지만 마음에 거슬리는 것만 유독 눈에 띤다.’
그렇다면 제드 다이아몬드가 말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그는 남자에게도 폐경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한다. 특히 여자들의 각종 폐경기 증후군이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서 오는 것처럼,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걸 인정하는 게 변화의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자신과 주변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여성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요법처럼 남성도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요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남자들이 젊은 여성과의 불륜을 상상하거나 실행에 옮겨 자신의 시들어가는 남성성을 확인하려 들지만, 그 결말은 좋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대부분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 뿐이라는 것. 그보다는 힘들면 의사도 만나고 상담도 받으면서 인생 후반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데, 내가 보기에 여자의 갱년기보다 남자의 갱년기가 더 심각한 이유는 또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갱년기란 누군가 인생의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갱년기나 노화 증상, 그로 인한 심리적인 변화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와도 나누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남몰래 혼자 눈물지을 뿐 자신의 심정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여자들과는 너무 다른 점이다. 여자들은 이야기를 통해 힘든 짐도 나누어 진다. 여기저기 아프다는 얘기, 우울하고 속상하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좋은 정보도 얻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겪는 여러 갱년기 증세나 어려움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며 모든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남자들도 여자들로부터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특히 여자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정보와 나눔, 보살핌,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여자들만의 깊은 연대감을 남자들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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