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아버지 기일 전날에

이예경 2014. 5. 16. 10:11

벚꽃이 다 떨어지고 라일락도 수국도 한창을 지났다

꽃이란 피우기도 쉽지 않은데 얼마 못가서 시들어 떨어져버리면

초록 잎들로 바뀌어 분위기가 완전 바뀐다

아버지 병간호 한다고 천호역에서 병원까지 걸어가던 길 양쪽에

한껒 만발해있던 벚꽃 아래를 걸으며 얼마나 마음이 착잡했던가

 

이제 벌써 1년이 지났다

1주기 모임을 준비하면서 임종하시던 날 새벽이 또렷이 살아난다

새벽에 꿈에서 뵈었던일, 곧장 병원으로 갔을때 심장이 멈춘상태를 보고 기가 막혔던 생각

그리고 남들 하는대로 장례식 치루고 납골당에 가시고......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즐겨하시던 음식을 모두 장만하시겠다고 하였다

산적, 불고기 돼지목살편육 오이무침 오이소바기 김치 총각김치 인절미....

가자미구이 북어찜.....

아버지께서 중환자실 가신 후 굶어서 돌아가신거라고 가슴아파 하셨다

 

사실은 급성 폐렴 때문이었고 폐의 염증이 심한 상태라

물이 한방울이라도 들어가면 폐의 염증이 순식간에 확 퍼져서 금방 돌아가시게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배고프시다고 밥 가져오라고 계속 원하셨고

의사는 절대 안된다고 하였으니 너무나 딱한 상태이긴 했다

영양주사로 연명을 하시다 43일만에 세상을 뜨신 것이다

 

어머니께 매번 설명을 해보지만 어머니께선 매번 그랬구나 하시면서도

다음에 만나면 또 굶어서 돌아가신거라고 한숨을 쉬신다

 

어머니가 시장을 봐오신걸 정리하고 다듬고

그러면서 어머니와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배를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셔서 준비해온 순서지를 보여드리고

내용을 다 말씀 드리니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순서지를 다시 점검하고 어머니것은 글씨를 크게해서 다시 뽑았다

자려고보니 새벽 4시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막내는 편육을 삶는다고 카톡으로 어떻게하는지 물어왔다

 

내일 다섯째가 음식을 만들러 올 것이다

저녁 7시에 예배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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