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1/19 일요일 베드로집 어머니

이예경 2014. 1. 22. 23:19

아침에 서둘렀는데도 8시 40분에야 집을 나왔다

점심식사 전에 도착하여 어머니와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눌것이다

전철을 타고 금정역에서 갈아타고 평택역까지 10시10분에 도착했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점심 세트를 산 후

평택터미널에서 안성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 베드로집까지는 시내버스를 타니

11시40분에 어머니를 뵐수있었다

 

병원옷을 입으신 어머니가 반색을 하시며 맞아주신다

먼저 방식구 할머니들께 인사하며 약과를 나누어 드렸다

어머니께는 햄버거세트를 내놓으니 함박웃음으로 집어드신다

아들이 케첩을 더 뿌려드리고 같이 마주앉아 식사를 같이 해드리니

난 이걸 제일 좋아하쟎니. 이걸 먹으니 속이 아주 든든하고 좋구나

하시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나까지 피곤이 싹 가시는듯하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시고 틀니를 해드려서 씹는데도 아무 어려움이 없으시다

 

뒤이어 후렌치후라이니 약과랑 귤이랑 계속 잘 잡수셨다

그리곤 알사탕을 찾으신다. 잘 잡수시니 정말 좋다

아들이 이것저것 보살펴드리고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여러번 들었던 육이오 얘기 호수돈여학교 다니던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드리니 처음 듣는 이야기도 가끔씩 나오고 흥미진진했다

옆에서 보니 아들이 평소와는 달리 매우 상냥해보인다

 

"난 큰아들이 날 미워하는줄 알았어"

"어머머, 천만의 말씀이셔요. 크게 오해를 하셨었나봐요" 며느리인 내가 펄쩍 뛰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너무 운동을 안하실때는 그렇기도 했지요 "  아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셔서 우리는 내심 당황했다

지난 6년간 우리집에서 모시고 살았기에 그때는 서로 매번 좋지는 않았다.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데 운동이니 식사니 요양사가 챙겨주고있으니

서로가 좋은 말만 할 때인 것 같다. 어머니도 웃으시며 고맙다, 고맙다 하신다

지난번 방문때 아들이 심심풀이로 읽으시라고 책을 갖다드렸는데

열심히 읽으셨나보다 여기저기 접혀있다

그런데 내용을 여쭤보니 별로 대답을 못하시니 어찌된건가 모르겠다

 

대신에 자서전 공책에는 15장을 가득 메우셨다

전에 어머니가 주신글로 자서전 앞부분을 만들어 가지고 갔는데

뒷부분을 채우려 더 좀 쓰시라했더니 십여장을 더 쓰셨다고 보여주신다

모두 복사해서 집에 가져와서 읽어보니 대부분은 이미 알던 이야기나

직접 써서 주시니 정리하기 좋다 

 

지금 어머니께서 하실 일이 자서전 쓰기가 좋은것 같다

그냥 누웠다 일어났다 하시느니 뭐라도 기록해가는 모습이 보기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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