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4/25~ 응급실에서 (8)

이예경 2013. 6. 11. 01:10

아버지 상태가 크게 차도가 없으니 좀 숨을 돌렸다할까 느긋해졌다할까

아직도 줄을 계속 달고 계시지만 긴장이 잠깐 풀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병실에 진을 치고 살던 해외파 딸셋이 떠나고나니

주로 어머니가 종일 병실을 지키신다

아버지께선 어머니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신다

때로는 어눌해서 못알아듣기도 하지만 두분이 손을 꼭 잡으시고

서로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서 계속 긴긴 이야기를 나누신다

지난 한달간 딸들이 너무나 아버지를 독차지했던게 아닌가 약간 반성이 된다

 

89세 어머니가 힘들어하실까봐 우리는 어머니께 쉬시라하고

전적으로 딸들이 돌아가며 옆에서 자면서 극진하게 간병을 해드렸던 것인데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과연 잘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지켜드리는 것을 제일 편하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입원하셨을때 내가 병실에 앞장을 서서 들어가면

아버지 눈길이 나보다는 내뒤를 살피시며 "엄마는?" 하시던 생각이 난다

어쩌다 내가 남편과 둘이서 문병을 가면 아버지께서 몇번이나 다그쳐 물으셨다

엄마는 왜 못왔느냐  어디 아픈거 아니냐 등등....

 

아버지께선 요즘은 잠꼬대도 별로 안하시고 아주 조용해지셨다

잠들어 계시는 시간이 늘어난것 같다

3번 정도 상태가 나빠서 응급처치를 받으셨다

혈뇨도 여전하시고 줄을 주렁주렁 달은채 숨소리만 고요하게 들리신다

어머니는 열심히 기도와 찬송으로 아버지를 위로해드리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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