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4/13 응급실에서 6

이예경 2013. 6. 10. 22:30

 

아버지는 현재 어디까지 오셨을까...

어느새 스무날이 지나고 있다.....

 

 

옆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아버지를 욕창방지를 위해 2시간 간격으로 돌아눕혀 드리는데

현재 등쪽에 욕창이 두 개 나서 치료중이다

 

 

입안에 끼어 말라붙기도 하는 백태를 닦아드리고

축축한 거즈를 입술에 대어 드리고

소독저 끝에 젖은 거즈를 둘둘말아 마른 백태를 불려서 닦아낸다

 

 

길게 웅얼웅얼 하실 때 재빨리 기저귀를 체크하여 대변을 치워드린다

대변색이 짙은 쑥떡 색깔이고 무르게 계속 나오는데

잔변이 나오는거라고 한다

 

 

소변줄을 체크하여 주머니에 모인 소변양을 체크하여 적은 후 갖다버린다

혈뇨로 소변색이 짙은 자줏빛이던게 노란색으로 변했을때

방광암이 나았나요 물었더니 의사는 방광이 일을 포기한거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더니 지금은 색갈이 검은 녹색으로 변했다

 

 

사이사이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성경을 읽어드리고,

찬송가를 208장, 하늘가는 밝은 길이 등을 불러드리는데

아버지도 따라부르시는 옹알이 음성이 노래같이 리듬으로 바뀐다

 

 

가끔씩은 울및에선 봉선화야~ 보리수~한떨기 장미꽃 등

아버지가 옛날에 즐겨부르시던 애창곡을 불러드리면 더 좋아하신다

아버지의 옹알노래 음성이 신기해서 우리는 자주 노래를 해드린다

 

 

지루하지 않도록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를 해드리는 것이다

노래를 좀 하는 딸들이 중창으로 화음을 넣어 정성으로 부르고 있다

병실이라 크게는 못부르고 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부르니 색다르다

 

 

이승을 떠날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깜깜한 동굴같은 길을 한참 가게되고 동굴이 끝에 다다르면

갑자기 눈앞에 눈부시게 흰빛이 쏟아지면서 다른세계로 인도된다던가

 

 

그때 흑백 두가지 세력이 다가오는데 사자가 선택을 한다던가

하여튼 선택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우리가 옆에서 계속

성경과 찬송을 불러드리면 좀 편안하게 계시다 가시지 않을까

바램을 가져본다

 

 

그런데 이웃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또 충고를 한다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영양주사를 놓고 산소호흡기를 붙이고

마이신을 투여하면 몇개월, 9개월, 2년까지도 더 사시더라고 하면서

그렇게 사시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한다

 

 

아는 노련한 간호사가 있는데 자기같으면 하루빨리 퇴원시켜

모든 병원줄을 떼고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집에서라면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식구들에 둘러싸여 계시다가 순명하실수 있을 터인데

 

 

병원에서 팔다리에 여기저기 주사바늘을 꼽고 산소를 억지로 주입시키고

순명도 못하시게 병원에서 괴롭힘을 당하신다고 하였다

병원에서는 그럴수 밖에 없는 법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장 편안한 방법이 집으로 퇴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찌하나...

머리로는 맞는말 같은데 실행에는 용단과 결심이 필요한것 같다

과연 그게 정답이라해도 쉬운 일은 아닌것 같다.

 

 

산소줄을 뗄 수 있을까... 그럼 숨을 못쉴텐데...

영양줄을 뗄 수 있을까...굶어서 돌아가실텐데...지금도 "밥줘" 하시는데...

마이신 주입을 중단하면...금방 욕창과 폐렴이 온몸으로 퍼질텐데...

진통제를 중단하면..."아파, 아파" 그러실것 같다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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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옥
(04/11 01:46)
너희 천사같은 딸들이 호위하며 아버지를 모시고 가니
아버진 틀림없이 좋은 곳으로 가실꺼다

우리 친부,시부,시모님 돌아가실때가
생각나는 구나....

어차피 각오한일...
잘 해드려....

난 죽을때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탁해 뒀다.
양화진
(04/11 20:22)

모두가 힘들구나, 아버님도 가족들도 ~~

미국의 의사들은 동료의사들한테 미리미리 유언을 남겨 놓는데
하나같이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유언이라고 하네.

자신들은 의사로서 환자에게 무리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길을 밟지 않겠다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기도 ~~

살아 생전에 유언으로 남겨 두었어도
막상 일이 닥치면 자식들은 죄의식으로 판단이 흐려지는데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이 일어 나는 인지상정 아닐까 ?

예경이네는 기도가 큰 힘이 되는 것 같네,
모든 것이 순리대로 편안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네 ~~

한경자
(04/11 23:10)
어차피 누구나 가야할 길 인데
딸들이 옆에서 잘 보살펴 드리니 아버님은 행복하게 가실것 같네
기도와 찬송 속에서...
김양순
(04/13 00:03)
예경 선배님과 가족분께~
넘 화목한 가족분들, 존경과 격려를 보냅니다
힘 내세요 선배님 ~ !
방영란
(04/13 00:05)
우리 아버지 내일 白壽셔. 99세. 百歲에서 하나 모자라는..
그래서 白字라네. 지난 겨울 예경이 아버지 겪으신 것처럼
콧줄, 산소줄, 손끝에 산소포화도며 혈압 재는 꼭지, 허리
양쪽에 물빼는 호스(폐염 끝에 폐에 물이 차서), 각종 주사줄..
현대 의학이 좋아 회복되어 지금 혈색도 좋으시고 내일 잔치날.
예경이 아버지도 어느 정도라도 회복되시고 살아 계시면 좋겠어.
김영숙
(04/13 04:41)
예경이 효심으로 쾌처하실 수도 있을 거야 방영란 아버지 처렴...기도 나도 보내 드릴게
예경이 화이팅!
이선배
(04/15 00:47)
자녀들로서 용단과 결심이 어찌 어렵지 않으리. 방영란 아버지처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힘내!!! 장녀인 예경이가 요즈음 가장 효를 실천하면서도 어려울 터인데~~
이예경
(04/17 12:59)
낮에는 숨소리도 고요하게 계신데 자정이 가까워지면서는 숨소리도 그렁그렁 커지고
자주 웅얼웅얼 잠꼬대같이 계속 소리를 내시고 혈압도 오르락내리락...
옆에서도 잠이 안오니 순명하시도록 기도가 절로 나오지요
이예경
(04/17 13:10)
인명이 재천이라고, 생사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거라고 주장하던 동생들이
간병 4주째가 되가니 차츰 목소리가 낮아지고 있다. .....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간병에 지쳤는지...

송영숙
(04/17 19:21)
우리 친정엄마 돌아가실 때 생각나네? 혼수상태인데도 찬송가 불러드리고, 손자가 기타로 찬송가를 연주해드리면 웅얼웅얼 하시며 좋아하시더니 차츰 그것도 없어지더라. 교회에서 권사님 한 분이 기도를 해드리니, 원래 아는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는지 완전 혼수 상태인데도 반응을 보이시기도 하구...
그렁그렁 꼭 잠드신 것 같았는데 가버리시더라구. 예경아, 힘내고 마음을 준비하는게 좋겠다.
김방실
(04/19 09:49)
예경아, 아버지가 여기까지 오셨구나.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딸들이 다 함께.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으니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의미있고 옳은 결정이 될거야.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길, 누구나 가는 길에 가족들의 사랑도 끝까지 같이하는 복된 길을 가시는 아버지, 온 가족 마음의 평안을 빈다. 그동안 페루를 다녀왔는데 김내도/영희선배님과 네 얘기 많이했단다.
이예경
(04/23 04:31)
요양병원 4년, 응급실 3일, 중환자실 3주 만에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는데
줄을 9개 달고 주로 주무시지만 밤이되면 의식은 자주 들어오시는 상태인데
식사는 응급실 이후 못드시고 다리에 주사바늘 꽂아 링거로 해결중이다가
오늘부터는 코에 튜브를 꽂아 식사공급을 해야한다는구나...이렇게 사는게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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