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도 부지런히 병원에 갔다 주차비를 툭하면 2만원도 내고 그랬기에 전철을 탔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과천에서 4호선, 사당에서 2호선, 잠실에서 8호선을 타고 천호에서 내린다 친정에선 5분거리인데 내집에선 좀 멀다 아버지는 여전하신데 자꾸 시장하다고 식사를 가져오라고 하셔서 큰일이다 폐렴이 낫더라도 이제는 음식을 잡수실 수가 없다고 말씀드릴수 밖에 없다 간호사가 와서 우유암죽같이 보이는 영양링거를 매달았다 아버지 손등에 바늘이 잘 안들어간다며 다른자리에 꽂아야겠다고 한다 노환에는 몸이 마르면서 혈관도 가늘어지기 때문이란다 여기저기 해보다가 결국 왼쪽 정강이 아래 다리에 뚫고 주사바늘을 꽂았다 물같이 맑은 다른 링거는 포도당에 항생제와 위장보호제, 거담제를 넣었다했다 아버지께서 그 내용물이 뭐냐고 궁금해하셨다 그런데 나를 부르시더니 뭐라고 긴 문장으로 말씀하시는데 몇번이나 같은 말씀이지만 너무 어눌해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대충 짐작으로 이거에요 저거에요 물어도 다 아니라고 하신다 소통이 안되니 물론 아버지 자신이 제일 불편하실것이나 답답하긴 서로가 마찬가지다 웬일인지 아버지께서 누우신채 손을 허공으로 휘저으시며 뭐라고 말씀하셨다 주무시면서 하시니 잠꼬대 같으신데 잘보니 링거줄을 잡아당기고 계신다 의사는 안된다며 환자의 팔을 묶으려고 하였다 아버지 링거꽂은 팔에 수건을 둘둘 말아드리며 묶지는 말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시간만 나면 아버지는 링거줄을 잡아당기셨다 잠시 안보는 사이 줄이 없어져서 찾아보면 주먹안에 감추시고 꽉 움켜쥐고 계신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풀어서 꺼내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간병은 이럴때 정말 힘들다 단순히 주사바늘이 들어간 손등의 통증때문에 그러셨을까 남은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이런게 무슨 필요냐 그런 뜻이었을까 그러다가 시계를 보니 8시. 어머니와 동생을 남겨놓고 나는 슬슬 집에갈 차비를 하였다 종일 병실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상쾌한 공기에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을 지날즈음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다시 열이 나시고 호흡이 가빠져 다시 응급실에 가셔야한다고 말이다 적극적인 치료를 하려면 아산병원응급실에 가야한다고 했단다 다시 중환자실에서 산소줄을 끼고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전과 똑같은 상황..... 아버지께선 수욜 저녁 내내 새벽까지 열, 혈압, 호흡곤란으로 고생을 하셨다 노환의 병세는 정말로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모두가 그전에 주위에서 익히 보아오고 들어왔던 스토리인데... 무슨, 정해진 각본따라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전에는 내가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어느 나이가 되면 인생이 평준화 되더라는 말이 있나보다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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