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시아버님 일주년 추도식 날이 다가온다

이예경 2014. 5. 11. 23:34

시아버님 일주년 추도식 날이 다가온다
작년 2월 25일 새벽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2004년의 2월 25일은 수요일이다
평일 저녁이라 러쉬아워에 시달려, 오는 데 한시간이상 걸리고, 8시나 돼야 도착하여
오자마자 예배보고 저녁먹고, 숨돌릴만 하면 10시라 곧 일어서야하고,
다시 교통지옥을 뚫고 귀가하여, 다음날 출근하려면 분주하고 ....마음에 여유들이 없을 것 같고
그리고 경상도 창원에서 근무하는 장손은 주말이 아니라 참석도 못하고...
여자들은 모두 직장에서 일을 하니 음식을 장만할 새가 없다는 것 등......
...을 고려하여 지난 설에 형제들이 모두 모였을때 일요일 22일 에 만나기로 했다

주말이라 모두 참석 가능하고 교통도 원활,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다는 것.
아침부터 산소에 가서 둘러앉아 예배를 보고 아버님께 드리는 편지도 몇몇이 낭독하고
추모행사 후에는 식당에 가서 모두 같이 식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어머님도 그게 좋겠다고 하셨던 것이다

기독교식이라 그런가보다
친정집에서는 유교식이라 어머니께서 매일 정한수 떠놓고 치성을 들이고
대상 소상 탈상 등으로 그때마다 손님들이 오가며 잔치를 벌렸던 것 같다
이래도 되는건가...좀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엊그제 밤에 시어머님이 내게 전화를 하셨다
우울해서 잠이 안온다고 하시며 추도식을 제날짜 25일로 하고 당일 저녁에 모이자고 한다
아들들이나 오면 되고 음식은 있는대로 그냥 먹으면 된다고 한다
교통이 막히면 좀 늦게 모이면 어떻냐고 한다

말씀은 그리 하시지만, 실제 의중에는 만사제끼고 성의를 보이라는 것일 것.
맏며느리는 이삼일이라도 휴가 받아 잔치 음식 장만을 하고
둘째며느리는 약국을 닫고 셋째 넷째랑 형님과 같이 준비를 돕고
아들 들은 직장에서 일찍 좀 퇴근하여 서둘르고
손주는 이틀간 휴가내어 경상도 창원에서 달려오고
손주 며느리도 하루 직장일을 쉬고 일하러 오고
떡벌어지게 상을 차려 일가 친척들을 모두 불러 먹이는 것을 원하실 것이다

사실은 전통 유교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름답고 좋기는 하다
옛날 농사지으며 일가친척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때는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는 일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면서 몇날 며칠을 덕을 베풀고 잔치를 하는 것이
아직도 농촌에서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으로 남아있는 것도 알고 있다
미풍양속으로 얻어먹을 때는 좋지만 자신이 닥치면 비슷하게 안할 수가 없어서 결국
부작용으로 제사 치루고 빚더미위에 앉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박정희 시절 국가에서 가정의례준칙을 내놓고 안지키면 적발시에 세금을 물린적도 있었다
그 뒤로도 가정의례준칙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오늘까지 이어오고는 있다

제사를 잘 모시는 자손들이 복받는다고 알고 있다
제사를 지내려고 모이다보면 형제끼리 아웅다웅하며 미운정고운정이 들고
자주 만나는 중에 더 친목이 강화되고 후손들이 서로 도우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
후손들에게 바라는 조상님들의 지혜이기도 할 것이다
요점은, 조상님을 모시고 자주 모여 서로가 한줄기임을 상기하고 친목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교식과 기독교식은 조금 차이가 있다
유교식은 조상님 귀신이 젯밥을 잡수러 오시는 것이라 격식을 갖추어 차려야 하고
일시도 돌아가신날 새벽 0시부터 3시 사이에 차리는데
기독교식은 조상님을 추모하며 하나님께 영적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
음식도 시간도 격식이 없어서 자손들이 정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목사님이나 장로님을 모시는 경우 그분들 시간에 맞추어 정하기도 하고
돌아가신날 근처로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주말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유교식보다 기독교식이 허례허식이 적은 편으로 보인다

시댁은 모든 행사를 기독교식으로 여태까지 치루어왔고
이번에도 어머님과 네 형제가 설에 모여 합의를 보았던 것인데
첫번 추도식이다보니 어머니께서 갑자기 이의를 제기하고 나오신 것이다
어쨌거나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게 "효"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았다

일시를 바꾸는게 불편하지만 모두들 어머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겠노라한다
그러면 음식장만하러 와야하고 자기들 직장 일도 줄여야한다
그런데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라 ...아무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약국도 닫을 수 없고, 회사를 쉴 수도 없고, 월차를 낼 수도 없고, ......
애들은 말단 사원들이라 일찍 퇴근하는 것도 어렵고.. 참석 못 할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환갑을 바라보는 맏며느리 혼자 이십여명의 잔치음식을 다 장만하라는 것인데 ...
........동서들은 음식을 만들기 번거로우니 중국집에 시켜먹자한다
이 추운 날씨에 음식이 오다가 다 식을 텐데 차라리 음식점에 가서 먹자고도 한다.
올 한해는 어찌 해본다 해도 매해 돌아오는 연중행사를 매번 이럴 수는 없다
애초에 날짜를 바꾼 것도 이점을 염려했던 것인데 ....

그래서 큰아들이 어머니께 원안대로 하자고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드렸다
81세 어머니는 제날짜에 안하려면 관두라고 역정을 내시며 막무가내 이시다
어머니께서 이집저집 다른아들네로 원병을 구하셨나보다
얼마후 막내아들이 큰형에게 전화를 해서 왜 제날짜에 못하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며느리들 간에 전화들이 오갔다 어머니께서 집집이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벌집을 쑤셔놓은듯 모두가 붕붕거리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하긴 제사라는게 사람사는데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옛날 이조시대, 임금님이 승하하시면 제사의 방식을 놓고 의견이 오가며
사색 당파가 서로 당쟁을 일삼았고, 장씨조상 바로 윗대에서도 제사문제로
할머니와 여덟아들 각자의 의견이 달라서 문제가 많았던게 떠오른다

제사를 매번 크게 치루고 싶어하시던 할머니께서 큰아들과 제사에 대한 의견이 다르면
둘째아들네로 가서 15년, 그러다가 다투고나서 넷째아들 네서 10년,
이후에는 여덟째아들 네서 십여년...집을 옮겨 갈 때마다 이유가 필요했으므로
먼저 있던 집에 대해 좋지않게 말하게 되고...형제간에도 서로가 감정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가 형제간의 우애에 금이 갔던 일이 있다

그런데 시어머니 하시려는 일이 시할머니를 따라하시는 것 같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시던 시어머니의 평소 모습과는 딴판이다
욕하면서 배운다 하더니 그럼 이번 일도 조상들의 저주인가 ?...
정신을 차려야 한다. 위샏의 조상들같이 되어서는 안된다

밤새 잠이 안와서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가 나는 기도를 한다
어머니를 위해서는 조상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게 악한 영을 물리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음을 평안과 화평의 영으로 채워주시도록
형제들을 위해서는 사랑의 마음을 갖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모두가 주안에서 함께하는 집안 되도록......

다음날 아침 일찍 시어머니께서 큰아들에게 전화를 하셨다
설에 합의한대로 따르겠다고 하신다 삼부종사를 논하신다
감사하신 하나님! 문제를 해결해주신 하나님.!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할렐루야!

이번 일은 첫번째 추도식이므로 뜻깊다고 볼 수 있다
추도식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형제간의 우애와 집안간의 화평이 중요하므로...
이제는 예배준비만 남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의 전화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앨토였기 때문에
난 지금도 맘이 편치는 않다
기분이 왜 이리 개운치 않은지 모르겠다
* * *

'이야기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레옥잠   (0) 2014.05.11
오모머~ 윤은자 선배님!   (0) 2014.05.11
인생고민 두가지  (0) 2014.05.11
노인 이야기   (0) 2014.05.11
우리집 연중행사   (0) 201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