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말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여기 저기서 저마다 송년모임 한다고 연락이 온다
그런데 망년회라 하면 꼭 안빠지는거 두가지
--술과 노래가 있다
옵빠는 올해 할 부부두엣으로 악보를 물색해두라고 11월부터 내게 숙제를 주었다
마침 54코러스에서 받은 악보중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있어서
이거다 싶어 그날로 갖다주었더니 좋아서 해죽이 웃는다
항상 여기까지는 잘 나가는데 그뒤가 문제다
54마당에서 음악을 베껴 옵빠에게 이멜로 보내주었더니
얼씨구 지난 몇주간 자나깨나 틀어놓고 틈만 나면 연습이다
외워야 감정이 나온대나.......
그거야 자기 사정이지......
허구헌날 같은 노래를 그것도 연습노래소리를 옆에서 듣다보면.........
들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좋다...그런데 혼자 좋아서 열심이면 누가 뭐래나?
내게 연습하라 해놓고 아침 저녁으로 눈 마주칠때마다
연습했느냐, 외웠느냐 , 왜 연습 안하냐,...성화다
바쁜데 그럴새가 없었다고 아직 못 외웠다하니 휴후~ 한숨을 쉬면서
송년회 날짜가 얼마 안남았는데 어떡할려구 그러냐 한다
그러더니 며칠전에는 아침을 먹자마자 대뜸 내게 해보라 한다
나는 그런 사랑의 노래를 그런 분위기에서 부르는게 너무 싫다
안해도 그만이지만 막내딸이 옆에 있는데 아침부터 실갱이 보이기 싫어서
순종하는게 조용해서 좋은거야 생각하며 내가 악보를 집어드니
옵빠가 악보를 팍 뺏으면서 아는대로 외워서 해보래나.....
그래도 외우지를 못하니 나는 못들은 척 그냥 악보를 보고 노래를 하는데
노래 중간 어디가 틀렸다고 다시 해보랜다
내가 악보를 보이며 정확하게 했다고 말하니 그는 믿지를 않는다
정답이 앞에 있으니 나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
옆에 있던 막내딸은 누구편 들기가 뭣해선지 방에 쏙 들어가버렸다
나는 악보대로 불렀고 그는 음악을 들으며 연습했기때문에
결국은 다음날에 자기가 틀린 것을 시인하였지만
자기가 틀리고도 억지를 쓰던 그가 웃긴다 정말
그러다가 오늘 저녁이 바로 송년 모임 가는 날이 됐다
그는 사무실 일도 바쁜데 점심을 먹더니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나는 웬일이야 하면서 무심히 옆 빌딩 4층 노래방으로 따라 갔는데
첫곡으로 날더러 "시월의 어느~" 노래가 나오게 해달라더니
다른 노래는 못 부르게하고 그 노래만 열번이상 부르고 또 불렀다
한참 후에 노래연습이 잘 되었다 싶었는지 옵빠가 벙긋벙긋 웃더니
시간이 8분이나 남았는데도 됐다고 나가잰다
"노래방에 와보니 가사는 괜히 외웠네" 하면서.....
송년회에 가서는 연습때보다 잘 불렀다
노래가 사랑 노래인지라 ......손잡고 마주보고 부르니 완전 닭살부부다
우리가 연습할때 그렇게 싸운 걸 누가 알겠어
귀가길에 술이 잔뜩 취해 혀가 꼬부라진 그에게 내가 하는 말
"이봐요, 이젠 내가 당신 보디가드니 내 말 잘 들으세요" 했더니
"네, 마님. 분부만 하십시오" 절까지 꾸벅 한다
노래때문에 싸우고,
노래때문에 웃고...........
이렇게 우리집 연중행사가 하나 지나갔다
우리집 연중행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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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자54 05·12·10 |
부부가 송년모임에 나란히 서서 부르는 노래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까지해서 갔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이 간다. 노래라면 도망가는 남편하고 오래 살아서 그런지 넘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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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58 05·12·10 |
이예경선배님, 비하인드 스토리는 모르겠구요~~~ 두분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닭살 부부면 어때요??? 계속 밀고 나가세요!!! |
박유정63 05·12·10 |
아...이런... 선배님 여러부운~~ 제가 대표해서 이예경 선배님께 수금나갈까요? 얼마를 받아야 할지요? ^^ |
송경희47 05·12·10 |
이에경 후배님 !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게시판에 들르셨네요. 반갑습니다. 남편은 옵바로 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옵바로 부를겁니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님께 실례했습니다. 듣기좋을것 같고, 젊어지는 느낌이 들것 같아서요. |
이영란60 05·12·10 |
예경선배님은 첫선 보시는 날에 우연히 들고 있던 노래책 한권을 어느 나무아래에선가 두분이서 두엣으로 몽땅 부르셨다고 들었지요. 더 재미난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기억이 잘나지를 않고요. 오래전 미국에서 두분이 대륙을 가르면서 경비 아끼려고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이사가시던 이야기는 정말 그대로 썩혀 두기 아까운 이야기인데 선배님, 그 때 이야기 좀 여기서 연말 씨리즈로 풀어 보셔요. 손에 땀을 쥐는 대륙횡단 스토리 말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