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돌풍같은 봄바람

이예경 2014. 5. 11. 23:27

돌풍같은 봄바람
 이예경54  | 2007·03·28 16:08 |
산들바람보다 먼저 오는 것이 돌풍 같은 봄바람이다.
지난주에는 청계산 초입부터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숲 속의 모든 이파리들이 흔들리고 잔가지가 부대끼는 소리가 마치 바닷가에서 밀려드는 파도소리 같았다. 북과 남, 냉기와 온기의 세력다툼이 심해서 산위에 오를수록 돌풍 같은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도 없고 말을 주고받기도 어려웠다.

산등성을 오르다가 한바탕 지나가는 바람에 내 몸까지 날아 갈까봐
발바닥에 기운을 집중하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불안하다.
회오리바람이 올 때는 궁한대로 바로 옆에있는 제일 굵은 소나무를 꽉 껴안았는데도
보기와는 달리 움찔거림이 내 몸까지 전해온다. 그 소나무도 돌개바람을 이기기는 어려운가보다.

나무 꼭대기의 솔잎들은 바람 따라 요동을 치고 죽은 가지와 마른 잎이 우수수 떨어져 날아갔다. 잔가지에서 굵은 가지로, 기둥까지 흔들리는 바람에 흙 속에 박혀있던 뿌리마저 뽑힐 것 같다. 나는 바람이 그렇게 심할 줄도 모르고 등산을 왔다며 후회하였다.

보름 전이었나. 지나간 꽃샘바람도 대단했었다.
영하의 기온을 몰고 와 하루 종일 눈송이가 날리는데
바람이 거세어 우산을 내리면 눈송이가 눈을 찔렀다.

겨울의 끝자락이 제법 따스하여 봄이 온 줄 알고 있었기에 난감했다.
나는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으면 되지만,
성질 급하게 올라온 새순과 철 이른 개나리꽃들은 어쩌란 말인가.

바람에 맞서느라 온몸에 힘을 주어 그런지
정상에도 오르기 전인데 피곤해서 앉을 자리를 둘러보게 된다.
바위틈 무풍지대가 눈에 띠어 그 안에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른다.
다시 보니 길동무와 귤을 까먹으면서 전에도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을 알았다.

바람이 불면 그 위쪽의 나무들만 흔들리고 바람을 등진 바위 사이에는 포근함마저 감돈다.
찾아보면 어딘가 피난처가 있는데도 필요하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나보다.
잠시나마 편안함이 느껴지면서 지난세월 내가 인생의 바람언덕에 서 있을 때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주위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사람들 덕분이었겠다는 생각이 났다.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올라 새삼스럽게 그 당시의 고마움이 가슴에 밀려든다.

인생길에 불어 닥친 바람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자존심을 낮추고, 이생각저생각으로 고민 속에 잠을 못 이룬 적이 많았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런 중에 하고 싶은 일을 줄이며 욕심을 버리는 등 해결책에 몰두해, 나도 모르게 인생 공부는 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프게 인생의 가지치기를 했던 셈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언덕을 넘을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들을 무조건 보호하고 어려움을 대신해주었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 때마다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피난처가 필요는 하지만 바람과 맞부딪혀보는 것이 더 필요한 인생경험이 아닐까 싶어서다.

자연은 이렇게 초봄에는 센바람이 지나가며
나무에 필요 없는 잔가지와 마른 잎을 정리하여 기둥까지 흔들어 놓고,
봄비를 보내 뿌리 틈으로 공기랑 물기가 스며들게 하는구나.

이것이 나무가 새 기운을 찾는 방법이며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집안과 이웃, 그리고 나라 안팎으로도 이런저런 바람이 불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다.

때가 이르러 훈풍이 냉기를 밀어내면 봄비가 대지를 적셔주고,
움츠렸던 새싹들도 더욱 튼실하게 올라올 것이다.

따스한 햇볕을 따라 꽃 소식이 올라올 날을 기다린다.
대가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자연에는 없나보다.

풍성한 열매는 그 다음이다.
이경순51

07·03·28
흔들리며 피는 꽃
- 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최청규49

07·03·28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이치를 따져보고 인생살이를 생각해본 예경씨 글에 동감하는 점이 많습니다.

 

김옥란43

07·03·30
이예경님의 잔잔한 글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통해 우리들의 지나온 인생여정을 보는듯합니다.
성경말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롬 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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