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란 참 신기하다.
파킨슨병 처방약을 드시면 아버지는 부작용으로 온몸이 부스럼이 돋고
얼굴과 손이 저절로 제각각 움직여서 이상하게 보이지만,
표정은 명랑하게 말씀을 하신다.
평소의 무표정이 아니라 마치 까불이 소년 같다.
가족들은 애써 눈물을 감추고 명랑한 척 맞장구를 친다.
4년 전 팔십 노인 아버지께서 손이 떨리는 증세로 A병원 신경과에 갔는데
일주일간 각종 검사 후, 결국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었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나 요한 바오로 교황님도 앓으셨던 그 병이다.
아버지께서는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약을 챙겨 드셨다.
가족들은 다른 병원에도 가보자고 권했지만 당신은 당최 귀를 기울이지 않으신다.
그렇게 몇 년 지나는 동안 낫기는커녕 나날이 더 힘들어지니
의사는 처방을 높여갔고 이제는 부작용이 온 것이다.
의사는 재검사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에 대한 소견이 황당했다.
뇌 사진을 보니 파킨슨병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허! 이럴 때 가족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주위에서는 소송을 제기해야 된다지만
건강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걸 어찌하랴.
그제야 아버지도 병원처방약을 끊으셨고
약을 끊자마자 부작용은 사라지고
평소의 근엄하고 자애로운 아버지로 돌아왔다.
그러나 어느 처방도 다리에는 힘이 안돌아와
산보조차 어려워지니
우울증으로 자꾸만 절망감이 든다고 하셨다.
부작용보다 우울증이 더 참기 어렵다고 하시던 아버지께서
병원 약을 다시 선택했다.
그러더니 얼마 후 심각한 혈뇨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방광 벽에 콩을 뿌린 듯이 오돌 도돌 돋아난
방광암 사진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4년 동안 복용했던 독한 약 때문이니 한약 때문이니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수술을 받았다.
병의 진행이
어찌 그리 인생문제와 같은가.
젊었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잘해서 당신같이 되지는 말라고
자손들에게 누누이 말씀하시는 아버지.
지난 날 건강관리를 별로 잘못하신 것도 없고
그냥 노환이신 것을 나는 안다.
창밖의 지는 낙엽을 보며 새삼스레 생각에 잠긴다.
봄에 나온 새순이 꽃과 열매를 키우고 여름까지 제 몫을 다하면
떨켜가 생겨 물을 차단하고
단풍이 들면 우수수 떨어져버리는 낙엽.
노인이 되면 갈증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없어진다던 어느 의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것이 바로 떨켜 증상 아닌가.
감옥에서 물만으로 삼천여명의 병을 고쳤다는 의학박사
뱃맨겔리지는 “물, 치료의 핵심이다”란 책에서
파킨슨병, 중풍, 고혈압 등의 노인병 증상은
천식, 알레르기, 비만과 같이 물 부족 증상이며,
혈액이 찐득찐득해서 기혈순환이 잘 안되면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목마름을 느낄 때는 이미 심각한 탈수증이 온 것이고,
누구에게나 하루 8잔이 필수라고 했다.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는
①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
②해서는 안 될 것을 하는 것
③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데,
그것은
①식사, ②운동, ③수면, ④호흡, ⑤마음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 한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누구나 실천이 숙제다.
제대로 한다고 몇 백 년을 더 사는 건 아니고,
거스를 수 없는 조물주의 뜻이 뭔가 있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물먹기’라도 제대로 해서
떨켜 증상을 더디 오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커피, 고기와 계란은 의사가 처방한 금지식품이지만
아버지가 이제는 다 가져오라고 하신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좋아하는 음식도 포기하고 살겠느냐 하신다.
최선을 다하고 싶은 가족들은
의사의 처방을 따르다 아버지 기호를 따르다 하면서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말씀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가족들이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다.
환자의 몸과 마음은 따로따로인가.
세월은 흘러만 가는데
병환 중인 친정아버지를 지켜보며
정답은 모르는 채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락가락 한다.
정답은 모르는 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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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50 08·02·01 |
좋은 글입니다. 연로하신 아버님 봉양하시느라 수고가 많군요. 그런데 남의 말하기는 쉽지만... 나는 늘 병환중이시래도 내 아버님이 내 곁에 계셔서 hug라도 실컷 해보았으면하고 늘 아쉬워합니다. |
강인화61 08·02·01 |
http://www.spirituality.com/dt/toc_sh.j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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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자54 08·02·01 |
의사들이 오진이 많다더니 파킨스병인줄 알고 그동안 잡수신 약들이 몸에 어떤 해를 가했을까 생각하니 기막혔겠네... 아무튼 나이드셔 물이 부족한 것도 못느끼는 때가 결국을 올텐데 부지런히 물마셔야겠네... 예경아 너무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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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60 08·02·01 |
예경 선배님, 저희 친정아버지께서도 파킨슨 병을 앓으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셧는데요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그 병이라는 확신이 잘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열심히 약드시고 온 식구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결국... 다행이 큰 고통은 없으셨어요. 선배님댁 따님들의 효성이 지극하다고 들었는데 그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시부모님 돌보아 드리랴 친정아버님 간호하시랴 많이 어려운 중에도 경운회, 백주년에서 맡은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가시는 선배님 화이팅!!! |
김숙현51 08·02·03 |
오랫만에 자유게시판에 들어와 딸부자댁 맏딸로 연로하신 부모님 그리고 시어머님을 돌보아드리며 풀어 놓으신 애잔한 글발 잘 읽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아버님이 명랑하게 말씀하시니 위로를 받으십시오. 어려운 여건에서 100주년 기념 편찬사업에 최선을 다하시는 것 감사드립니다. |
이예경54 08·02·04 |
답글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살아만 계신다면 옆에서 안고만 있어도 좋을것 같다던 선배님의 답글이 어디로 가버렸네요 가 뵐 때마다 아버지 발등이 부어 있어서 발만 주물르다 온적이 많았는데 안아드릴 생각은 못했구나 생각했어요 제게는 인상적인 답글이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