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노인복지관 버스안에서

이예경 2012. 8. 1. 10:49

노인복지관 버스안에서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복지관이 보인다

급한 마음에 모두들 자기부터 내리고 싶다

 

미리 일어서지 마십시오

아직 복지관앞에 정차할 때까지

자리에 그대로 앉아계십시오

 

차내 방송으로 주춤하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한분이 벌떡 일어나시더니

앞으로 걸어나오신다

 

아니 저 노인이 왜저래

위험한 줄도 모르네

나이들면 본을 보여야지  

 

남이야 뭐라든 노인은

아랑곳이 없다

앉은 분들은 혀를 끌끌 찬다

 

저 친구 귀가 먹통이에요

그 말에 일순 버스안에 정적이 감돈다

비판의 표정이 연민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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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버스

 

버스가 모퉁이를 돌자 노인복지관이 보인다

마음이 급해 나부터 먼저 나가고 싶다

 

미리 일어서지 마십시오

아직 노인복지관이 아닙니다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운전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뒷자리의 노인 한 분이 슬며시 일어나시더니

꾸물꾸물 앞으로 걸어나오신다

 

아니 저 노인 왜 저래 위험하다는데

노인이 본이 되지는 못할 망정 쯧쯧

남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계속 걸어나오신다

 

저 친구 귀가 먹통이에요

친구분 말씀에 모두가 조용해진다

일순간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다

연민의 정인가 한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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