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방금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이예경 2012. 7. 9. 09:56

방금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고인은 94세로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셨고 최근까지 사무실에 출근을 하셨다고 한다
아들이 많아 병풍처럼 둘러서서 문상객들을 맞는 모습이 웬지 든든해보였다

구순이 넘어 호상이라 그런지 초상집 분위기는 별로 슬프고 어둡게 보이지는 않았다
검은 복장으로 동분서주하며 일을 돕고 있는 손녀,손자들이 많기도 하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는 수명은 늘어나고 자녀수는 한집에 아들이 한두명 정도이니
이런 북적이는 풍경도 점차 사라질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 장수는 저절로 120까지는 된다고 한다
89세 친정어머니는 70만 넘겨도 장수하는거라 생각했었지만
살다보니 90을 넘기게 되었다고 옛날같으면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하신다
어머니 80세에 대장암4기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하시며 고비를 넘기셨다
20년전에는 희망수명이 82세라고 하시더니 요즘은 95세까지는 살아야지 하신다

암을 찾아낸 것은 건강검진을 받으 후 알게 된 것이었다
당시에 건강하게 사셨으나 가끔 배가 아프고 어쩌다 한번씩 혈변이 나오기 때문에
전신을 사진 찍어 건강을 체크해주는 전문병원에 찾아가본 것이다
현대아산병원에 가서 정밀검진 후 대장암이라 하며 당장 수술하자고 했다
겁이나고 매우 놀라 80 연세에 수술을 할까말까 심히 고민을 하셨다
 
한방에선 암덩어리를 작게 해서 편안히 여생을 보낼수는 있으나 제거는 어렵다했고
양방에선 암덩어리를 당장 제거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에 장이 막혀 죽을거라했다
주위에선 웬만하면 그냥 참고 살지 80세에 무슨 암수술이냐 했다
최종적으로 어머니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기로 했고.....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60대인 친구들은 적어도 80세 정도는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상보다 30년을 더 살게된 어머니와 비교해볼때 110세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옛날에 60 전에 가신 분들이 주로 병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그렇다면 최근에 90세를 넘기는 이유가 의학의 발달 때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원인을 아는 병은 다 고칠 수 있다고 하며 의학은 계속 발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긴긴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문제다
60대면 다 살은지 알았다가 90대가 된 노인의 후회의 글이 인터넷을 떠돈다
남의 얘기가 아닌것 같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를 원하기도 하고 취미활동을 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약수터를 다닌다 절에 다닌다 새벽기도를 다닌다 하셨고
아들과 살면서 손주들을 봐주는 일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았는데
요즘은 노인들이 손주보는게 힘들다며 자기생활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독거노인들도 많고 옛보다 정정하신 분들이 엄청 많아졌다
여가 시간이 늘게 되니 자칫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와병상태로 발전되기도 한다
대개 70세 중반이 되면 노인복지관을 찾게 된다
1000원에 점심 해결이 되고 각종 문화강좌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관에서는 60여개의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외국어(영어, 일어, 중국어, 한자), 문예창작, 운동(골프, 탁구, 라지볼,당구)
무용(요가 필라테스 국선도 고전무용 사교댄스), 공작(손뜨개 종이접기),
음악(합창,하모니카,오카리나 등), 미술(동양화,서양화 서예 등) ....
강좌는 모두 무료인데 한사람이 4개까지 신청할 수 있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이들은 여가 활동보다는 아르바이트 하기에 더 신경을 쓰기도 한다
젊은이들 일자리들의 틈새를 찾아 일은 적당히 하고 보수는 조금 적게 받는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팀은 10명 정도가 같이 분업으로 운영하고 이익금은 서로 나눈다
다른 노인복지관에선 가정식백반집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번 돈으로 뭘하냐는 설문에 의료비 또는 여가활동비라고 했는데
아프면 의료비, 건강하면 여가비이니 삶의 질은 건강에 좌우된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도 많다. 자원봉사를 해보고나면 매력에 빠져들어
취미활동보다는 자원봉사가 훨씬 더 큰 기쁨을 안겨준다고 체험담을 들려준다
자원봉사도 분야가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일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 만은 외국에 비해서 한국이 참여인원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나 개인적으로는 세가지가 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가생활로 스트레스도 풀어야하겠고
아르바이트도 할수만 있다면 봉사 차원에서라도 뭔가 하고싶다
자원봉사는 기쁨이 크다고 하니 놓칠 수 없다
 
건강관리를 잘해서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도록 해야하는데
내가 아프면 물론 꼼짝을 못하고 배우자가 아파도 못하는거니
가족원 서로가 건강관리에 각별히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0여년을 골골 병상에 누워서 딩굴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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