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2011을 보내며...

이예경 2012. 1. 2. 00:56

2011을 보내며 누구보다도 연말을 기다려왔다
의사가 말한 3개월의 조리기간이 12/28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운전도 등산도 앉는 것도 허락될 것이다

엊그제는 마침 경운회 임원 송년모임을 한다기에 처음으로 운전을 해서 경기여고에 가보기로 했다
3개월만의 운전 나들이였는데 가는 길의 경치가 완전 변해서 놀라웠다
과천에서 양재로 가는 선암로 양쪽에 못보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병풍같이 서있는 것이다
좌측에는 그 말 많던 보금자리 주택이 일부는 입주도 한듯 보였고
허허벌판이던 우측에도 콩크리트 구조물이 우후죽순같이 올라가고 있었다
 
학교도착해서는 점심 먹는 모임이라 대충 마치고 집에 오니 숙제를 마친듯 홀가분했다
잠시 앉아보니 아직 길게 앉는건 불편했지만 그래도 의자에 앉을 수 있는게 얼마만인가 너무 좋다
 
올해가 내가 결혼한지 만 40년이 되는 해인데 참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나 수술 후 남편이 앞치마 둘렀지, 평생 같이 살것 같았던 시어머님이 딴데 가셨지
시동생들과 동서들도 시어머니 오실까봐 안절부절하고 있다
남편이 설겆이 하는 동안 나는 티비를 보면서 매번 적응이 어려웠으니 말이다

좀 있으면 설날이 되지... 2월엔 시아버님 추도식이 있지.... 4월엔 한식 성묘가야지....
줄줄이 행사이고 친정아버님 뵈러 남양주병원에도 가야하는데 내 머리속은 편치않다

그런데, 이것도 남편은 간단하게 말했다. 어쨋던 우리집에서 그런 행사는 못한다고....
지난 40년동안 맏며느리가 허리가 상하도록 봉사했으니 이미 충분하다는 거다 
 
내가 병원에 입원중일때 시누이는 내게 전화를 해서 퇴원이 언제냐고 묻더니
어머니가 노인병원에 가시게 되어 불쌍해서 엉엉 밤새 울었다고 했었고
세 명의  동서들은  어머니가 전화를 하시자 모두 자기집에선 절대 모실 수 없다 했대고
시동생들은 형수가 아프면 며느리가 모시면 되는데 왜그러냐고 했다니....
남편 말대로 될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0년간 나는 시댁에 사철에 봄바람이 불도록 봉사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어느집 못지않게 형제간에 우애있고 화목한 집안이 되었다고 시부모님도 기뻐하셨고
그렇다고 가족들도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는데......
내가 아프게되고 보니 시댁식구들이 모두 돌아앉아 버린 것 같다
내가 착각속에 살았나보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입원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님도 처음에는 내게 걱정말라며 "둘째네 가면 되지" 하셨고
둘째네가 오지 말랜다며 셋째, 넷째로 차례로 전화를 하셨었다
그러나 모두 못한다고 하니 예상을 못하셨는지 매우 난감해 하셨으니
어머님도 뭔가 착각 속에 사신듯?....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냥 내집에 계시라고 했던건데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남편이 다시 동생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고
결국 ....노인병원에 가시게 된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노인병원에 가신지 두달이 넘었다
가시기 전에는 노인병원이 고려장 아니냐고,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질색을 하셨었는데
지금은 물리치료실이 시설이 아주 좋고 식사도 깔끔하고 좋으시댄다
어딜가나 운동하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 없어 자유스러우니 좋고
기저귀 갈 때마다 엉덩이 씻겨주니 개운하고 이도 칫솔에 치약묻혀 닦아주니 좋고
모두 친절해서 생전에 가장 호강하고 지낸다고 내게 말씀 하셨다
 
이것저것 생각이 나실 때마다 수시로 핸드폰을 하시고 있다
빨강세타, 모직 바지 내복 몇벌...등을 보내라 하셔서 택배로 3상자를 부쳐 드렸다. 
둘째며느리에게는 장졸임과 콩자반을 해오라하고,
같은 방 식구들에게 나눠줄 간식을 가져오라 하시고
심심해죽겠다고 하셨대는데... 

하여튼 아픈 맏며느리가 죄인이다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남편도 시어머니도 동서들도 시동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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