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10/10 퇴원후

이예경 2011. 12. 26. 10:29

퇴원하여 집에 와보니 며느리가 반찬을 해와서 푸짐한 점심상을 차려놓았다
입원중에는 사골국이랑 반찬을 놓고 갔었는데
잘해줄려고 애쓰는 며느리가 고맙고 미안하고... 

밥먹고 집안을 둘러보니 웬일로 반들반들 깨끗했다
맏딸이 청소아줌마를 대동하고와서 대청소를 해주고 갔단다
구석구석이 깨끗하니 기분이 좋았다

옵빠는 나 병원에 간 동안에 어머님 챙겨드리고 살림하느라
힘들었는지 체중이 2kg 줄어서 58kg이 되었단다

난생처음 마음먹고 하는 일이지만 잘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내가하는거의 너댓배로 시간이 걸리니 딱하다
오전 내내 부엌에서 헤매다가 점심시간이 되버린다

반면에 나는 체중이 3kg이나 늘어서 62kg이 되었다
밥먹고나면 약을 먹는데 부작용인지 졸려서 자리에 눕고만다

천정을 보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자세가 회복에 제일 좋은자세라고 하고
절대 앉는 자세를 피하라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밥은 서서 먹고 컴퓨터는 누워서 한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전부터 내가 주로 앉아있는 생활이었던 것 같다
앉아서 할일이 많은 내게 앉지말라니 이거야말로 고문이다

바꿔 생각해서 내게 일을 멈추고 푸욱 쉬라는 거라고
이번에 잘 쉬어야 앞으로 남은 몇십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시어머님께서 내집에서 이사를 가신것
네 아들을 두셨어도 우여곡절 끝에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큰며느리가 병걸려서 며느리덕도 채 못보고 나와서 아쉽다고
그러나 같이 사는동안 잘해줘서 고마왔고 착한 심성을 알게 되었다고
아픈거 보고나와 미안한 마음이라고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와보니 식사도 깔끔하고 건물이 깨끗하고 괜찮다고 하신다
재활치료실이 매우 넓고 최신시설이 잘되어있어서
잘 걷도록 운동을 열심히 해보시겠다하셨다

그리고 병원에 들어왔으니 몸 전체를 건강진단 받아보고
이 김에 병의 뿌리를 뽑고 나가야겠다고 희망하셨다 
희망이란 삶의 윤기를 더해주는 것이다

집에서는 내가 어머니 방이 비어있는데도 매 식사 때마다
문열어보게되고 그 방앞에선 목소리도 낮추게 된다

수시로 그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시어머님이 나를 부르거나
내복바람으로 기어나오시며 화장실에 가실것 같다

화장실 문이 닫혀있으면 어머니가 변기에 하염없이 앉아계신것같아
또 30분은 기다려야겠구나 하고 가슴이 탁 막힌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바닥을 살피게 된다
어디에 가래침을 뱉었는지 어디에 오줌을 흘렸는지... 빨리 청소해야하니...

요양병원에선 6인실인데 사회생활을 잘 하실지.....
잘 할수 있을것 같다고 하셨으니 노력을 하시겠지...

핸드폰을 사드렸는데 잘 받지를 못하신다
어제 걸었더니 밧데리가 나갔는지 도통 연락이 안된다

어머님은 그 옛날에 개성에서 호수돈여고를 졸업하신
자칭 타칭 인테리신데 연세가 드시니 평준화 그룹에 들어가셨다

사람들의 노후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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