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방금 식사를 끝내고 쉬는 중이셨다
어눌하던 말씨가 또렷해진것 같은데 오랜만에 사위를 만나서인가 신경을 쓰셔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옷을 입혀드리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야하고
챙길 약들도 많다 병원약, 피부과 약, 기저귀며 방수깔개며
모자 장갑 조끼 쟘바에 혹시 추울까봐 무릎담뇨도 챙겨왔다
오는 길에 손주들이랑 다 잘 있는지 요즘 뭐하는지 두루 물으신다
아버지 생각에는 옛날같이 여유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것 같다
남양주병원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줄 몰라 답답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차안에서 아버지 춥지는 않으신지, 차가 흔들려 힘들지는 않으신지
오랜만에 바깥 내다보며 겨울경치 감상은 잘 하고 계신지
우리대로 아버지를 어떻게 잘해드릴지 방법 등, 다른 생각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아파트 앞에 주차하면 먼저 휠체어를 내리고 아버지를 앉혀 드리고
층계는 어찌 올라가야할지 아버지가 그때 힘을 얼마나 쓸수 있을런지
만약 힘이 딸리면 어떻게 다른 방법을 쓸지...그러니까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던것 같다
한시간 걸려 아파트 아래현관에 도착,
층계 5개를 올라가려는데 으쌰를 몇번이나 해도 올라가지지 않았다
그때 107호 현관문이 열리며 체격좋은 장정이 나와 돕겠다고 하였다
우리가 너무 힘들어하는 소리가 떠들썩해서 나와본거 아닐까 모르겠다
사실 70키로가 넘는 아버지와 쇳덩어리 휠체어를 같이 든다는게 정말 장난 아니다
하여튼 무사히 두레박식으로 휠체어를 올려 에레베타에 오를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니 3시반. 아버지를 일단 주무시게 하였다
저녁식사 준비, 아버지 옷 갈아입히기, ....
이튿날에는 엄마랑 둘이 있었는데
침대에 누우신 아버지를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옮겨드리느라
휠체어에 앉히려다 미끌어져 아무리해도 휠체어에 올리지 못하여
담뇨위에 앉으시게 한 후 엄마랑 내가 거실까지 미끄럼으로 거실까지 모신것
밥상을 차려 거실에 앉아서 좌식 밥상에서 셋이 같이 저녁식사를 한것
아버지께서 엉덩이가 배긴다 하셔서 소파에 겨우 올려드린것
다시 담뇨에 앉아서 방에 가셨고 침대위로 올라가지 못해서
아래서 요깔고 주무신것....이 결과보고이다...
엄마와 나의 힘만으로는 아버지를 번쩍 안아 옮겨드리는 것이 무리였다
어쨋던 아버지를 옮겨드리고 따뜻한 요에서 주무시게 했으니
당초에 계획했듯 입식이 아니고 좌식으로 모실수밖에 없었다 ...
원하시는대로 해드리지 못했는데도 온몸이 나른하다
동생이 교회에서 돌아와 안마해준다고 내게 엎드리라고 했다
온 몸이 완전 멍든것 같이 아프고 허리가 무지근한걸 보니 좀 무리한거 같다
그러나 어쩌랴...아버지가 힘을 전혀 못쓰시니 대신에 옆에서 힘을 쓸 수 밖에 없다
아버지께서 워낙 크시고 무거우시니 힘든건 사실이지만 육척 장신의 우람한 체격인 옛날에 비하면
다리에 근육이 없어져 종아리가 내 다리보다 말라 팔뚝정도로 가늘고
허리와 등도 피골이 상접한 상태라 한편, 안타까운 마음이다
" 내가 소변만 잘 가릴 수 있어도 병원에 안가도 될텐데...."
아버지께서 하셨다는 그 말씀에 너무나 가슴이 저렸다
부모들은 자식이 아프면 밤새워 뜬눈으로 간호를 하고 가슴절절하게 안아 돌보고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고 최선을 다하는게 기본인데
자식들은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다 갚지 못하니 ....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애써 키운 자식들...분신같은 자식들이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
늙고 병드신 아버지 마음이라도 편하시게 해드려야할텐데....
다 소용없구나 헛되고도 헛되도다 하실까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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