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12/30 구십 아버지 옆에서...

이예경 2013. 1. 5. 00:44

아버지 계신 요양병원에서 의사가 내게 긴급전화를 했다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니 조만간 콧줄을 끼워야할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앞이 아득해서 갑자기 할말을 잃었다
일주일전에 집에 오셔서 불고기는 물론 사과에 건포도까지 잘 잡수셨는데
음식 삼키기를 어려워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혹 우울증으로 식욕을 잃어 조금만 잡수신게 아닐까

어쨋던 나는 의사에게 뭔가 의견을 표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말했다
콧줄 끼우는건 급하지 않고 조금 기다려본 후 결정하겠는데
환자 본인에게 콧줄에 대한 사전 지식과 상태를 선생님께서 직접 설명해주기 바라며
가능한한 자연적인 처방으로 사시길 바라는게 가족들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의사는 볼멘듯한 목소리로 날잡아 가족들이 의사면담을 해서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의논하고 정해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머니와 동생 다섯명에게 문제내용을 전하였다
그들 모두가 펄쩍 뛰며 콧줄은 반대라고 한다
의사는 콧줄을 안끼면 환자가 음식에 개켜서 폐렴이 올 수 있다며
어쨋던 빨리 정해서 알려달라고 하였다

얼마후 간호사가 다시 전화를 했다
콧줄을 끼우기 전에 유화제를 국에 타서 잡수시면 도움이 된다며 비용이 월4만원이란다
물을 마실때 개켜서 폐에 물이들어갈수 있기때문에 위험한데
유화제를 타서 걸죽하게 만들면 매끄럽게 잘 넘어가서 편해진다고 하였다
콧줄을 끼우기전에 거치는 단계란다

콧줄을 안 끼우면 환자가 식사를 잘 넘기지 못하여 영양실조로 돌아가시게 생겼고
식사시 숨구멍에 물이나 음식이 들어가 폐렴에 걸리는건 시간문제라고 한다
폐렴에 걸리면 처치 중에 몸이 버티기 힘들어서 가시게 된단다

친정어머니는 9년전에 대장암 수술시 콧줄을 끼어본 적이 있는데
그 고통은 말로 할 수가 없다며 그렇게까지 하면서 생명을 연장하면 뭐하냐고
앞날에 무슨 큰 볼일이 있겠냐고 봄에 날풀리면 가시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신다
67세 황수관 박사도 아까운 나이에 갔던데 90세면 아까운 나이도 아닌것 같단다
매일 기적을 바란다며 아버지 완쾌를 위해 기도하시는 89세 어머니가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실까 내가슴이 먹먹해진다

내동생들은 셋은 멀리 미국에 있고 한국에는 51, 49세 동생들이 있는데
나랑 나이차가 많아 여러가지로 세대차를 느낀다
아버지를 뵈면 안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뽀뽀하고 애교가 만점이다
옛날부터 놀러갈때 모시고 다니며 한마디로 기쁨조 그 자체로 눈에 넣어도 안아픈 딸들이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모두 예술가이다보니 감성적이다
콧줄이니 유화제니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뭔가 결정을 해야하는데 감정에 빠져 그런건 경황도 없다
결정할 문제가 생기면 난 그런거 몰라라 결사 피한다

그런데 제3자가 보기엔 우는 딸들은 웬지 효녀들 같고
안우는 나는 효녀도 아닌것 같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난 걱정 때문에 눈물이 안난다
진정으로 아버지 자신을 위해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나같으면 그럴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까
그런걸 생각해보느라고 아침에도 저녁에도 하루종일
머리에 뻐근하게 쥐가 나도록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으니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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