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부항 사혈

이예경 2010. 3. 22. 13:49

어제 교회에서 며눌을 봤는데 목을 삐딱하게 웬지 부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니 목을 못움직이겠더라 한다

건강의 상징같은 씩씩하 며눌인데 목을 못움직이니 오죽 답답할까

내가 조심스럽게 부항이 효과 있을것 같은데...했더니

"해주세요. 근데 사혈은 말고요"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부항사혈-을 왜 피하려는거지?

나는 속으로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코 있다

사혈은 단어부터가 거부감을 주기에 그런 것 같다 

아파보지 않은 일반인들은 모두가 그런 반응이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교회모임 끝나고 며눌이 내집으로 부항뜨러 왔다

부항기와 부속도구들을 챙겨온 후 엎드리게 하고

어깨쪽 견비통혈과 등쪽에 부항기를 주르륵 붙였다

"괜찮니?"

"아! 시원해요"

잠시 기다리며 나는 심천사혈요법 책1권에 있는 내용을 이것저것 얘기해주었다

 

그런데 성희 어깨쪽 부항자리가 잠시 사이에 자줏빛으로 변해있다

상태가 좀 안좋은가보다.... 나는 보라색을 알려주며

며눌에게 사혈을 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욕심이 생겼는지 대뜸 "사혈도 해주세요" 한다

나는 어깨쪽과 신장혈 간혈만 사혈을 해주었다

색갈은 선홍색이지만 어혈이 섞여 나오기에 대단치는 않아도

빨간 가래침같은 어혈을 며눌의 눈앞에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아픈 쪽엔 좀 더 나왔다

 

그런데 며눌은 의외로 깜짝 놀라면서 감탄을 했다

건강의 상징인 자기 몸에 어혈이 있었다니 너무 충격받은 듯 했다

내 몸에서는 자주색 지렁이같은 어혈도 나오는데 그거 봤다간 기절했겠네

 

어혈은 원래 20대엔 20%, 30대는 30%, 50대는 50%가 정상이며 증상이 없는데

50% 이상이 되면 몸이 결리고 쑤시고 만성피로나 주근깨 반점 쥐젖 근육통, 두통,

잦은감기, 비만, 술에 빨리취하는것, 다리에 쥐가 나는등의 증상이 나오는 것이다

 

하여튼 며눌이 갑자기 사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앞쪽의 기본혈까지 다 해주었다

대장혈에선 채송화 씨만큼만 나오더니 더이상 안나온다

사혈을 마치고 따끈한 핫패드에서 10분간 누워있게 하였다

 

그런데 일어나 목을 움직여 보더니 얼굴이 함박꽃같이 활짝 피었다

목이 거의다 나았다고 이젠 살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다 나은게 100점이라 치면) 20점에서 70점으로 올라갔대나

 

그러더니 "제가 어머니 해드릴게요" 한다

등쪽에는 손이 안 닿으실텐데 이김에 하시라고 하면서....

기특하기도 하지...내가 아프단 말도 안했는데 자기가 자진해서 해주겠다고...

날 눕혀놓고 그림을 봐 가며 물어가며 어깨쪽과 등 중간을 해주었다

그러더니 기운이 나는지 내 부엌까지 말끔히 치워주고 갔다

귀여운지고!.........

 

넷째이모 덕에 부항을 배워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 항상 고맙다

보내준 책은 거의 외울정도로 10번도 더 정독을 했고

지금도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고 확인하고 그런다는

내 말에 며눌은 심천사혈요법 첫째권을 빌려갔다

내가 완죤 부항전도사 수준이 되었다

우리가 부항가족 2 대로 발전할 것 같다

 

나는 작년에 부항사혈을 시작했지만 한동안 쉬다가

지난 2월 초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부항을 시작했다

주1회는 꼭 했다. 그리고 툭하면 가볍게 응급사혈을 한다

등산 다녀온 직후라던가  종일 힘들게 일해서 몸이 결리는 경우

삭신이 쑤셔서 잠을 못 이루기 때문이다

 

하루도 핫패드를 대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 였는데

요즘은 종종 그냥도 잠이 잘 온다

어떤 날에는 자리에 누눠 몸을 스트레치하면

결리는데가 별로 없이 온몸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

 

해마다 겨울이면 어깨니 허리니 양쪽 무릎이랑 몸이 하도 결려서 

한의원에 가서 약도 한재 먹고 몇개월간 물리치료니 벌침이니 불침이니

나름 안해본게 별로 없을 정도 였는데

요즘 같아선 내가 과천에서 이사간 줄 알 것이다

부항 시작한 후로는 한의원에 안가고 있으니 말이다

 

어혈이 50% 라는 50대에 부항을 시작 했으면

내가 이렇게 고생은 안했을것 같다

내 아픈게 50대에 시작되었으니까

 

이집트 벽화에도 사혈하는 그림이 있다하니

사혈의 역사는 길고도 긴데 왜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나를 알면 모르는게 두 개 생긴다더니....

 

하여튼 나날이 몸이 가벼워 지기를 희망한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몸이 가벼워지기를 기대한다

아니면 더이상 나빠지지 않기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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