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 지혜

잠투정 - 이근

이예경 2010. 1. 17. 00:11

 

“이제 70여일된 딸아이 엄마입니다. 요 며칠 잠투정이 아주 심해졌답니다. 한 시간가량 울다 지쳐 잠이 들지요. 너무 심하다싶어 젖을 물리면 30분이건 1시간이건 계속 물다 잠이 듭니다. 역시나 빼면 다시 숨 넘어갈듯 울어 대고요. 젖을 안 물리고 마냥 달래서 재우자니 너무 악을 쓰며 숨 넘어갈듯 우는데 이러다 성격만 안 좋아질까 걱정도 되고. 선생님.. 어쩌면 좋죠?”

 

아기들이 잠들기 전에 울거나 보채는 것을 잠투정이라고 한다.

잠투정은 왜 하는 것일까?

아기들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 말해 잠을 자고 깨어나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쯤에 아기들이 내일의 개념이 생기는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만 3세가 되면 어느 정도 내일의 개념이 생기거나 이해하게 된다는데 동의한다.

잠이 드는 과정은 우리 어른들도 잘 알다시피 감각이 무디어지면서 잠이 들게 된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이 점차 둔해지고 드디어 잠에 빠져 들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 특히 불면증의 경험이 있는 어른들은 이러한 감각 둔화 느낌을 아주 좋아하기도 한다. 수면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기들은 전혀 다르다. 엄마가 느껴지지 않고 시각, 청각 등이 멀어지는데 이를 엄마와 헤어지는 것, 혹은 엄마가 없어지는 걸로 느끼는 것이다. 자연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엄마에게 매달리고 보채게 된다. 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아기도 있고 졸린데 눈까풀을 손가락으로 위로 치켜 올리면서 짜증을 내는 아기도 있으며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행동을 되풀이 하는 아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잠이 드는 과정을 엄마를 잃어버리는 걸로, 아니면 세상이 끝나는 걸로 이해하는 아기는 이에 저항하고 버티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잠은 쏟아지는데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니 떼쓰고 울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잠투정이다.

 

그러면 엄마는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 아기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토닥거리는 등 아기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아기에게, ‘엄마 여기 있다. 그리고 엄마는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거다’라는 안정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아기들의 잠투정이 금방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녁때뿐이 아니고 낮 동안에도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지 않도록 엄마가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투정을 하는 아기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엄마나 어른이 달래주어야 한다. “한 시간가량 울다 지쳐 잠이 들지요”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최근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의 수자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아기를 위해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 바쁜 세상에 어떻게 매일 밤 자장가를 불러주느냐고 반문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래도 아기는 달래야 한다. 그나마 자장가가 쉬운 방법이다. TV드라마를 포기하고 잠드는 아기 옆에서 토닥거리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는 엄마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요즘 유행같이 수면훈련, 수면교육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아기 심리를 손톱만큼도 모르는 잔인한 어른들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렴풋이나마 아기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어떻게 아기 혼자 방바닥에 등 붙치고 잠들기를 희망하는지, 또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하는지, 그  어른을 붙잡고 묻고 싶어진다. 또 그렇게 혼자 울면서 잠드는 아기들이 자라서 어떤 성격이 될런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성장하는지, 우리 사회 전체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