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마음

아버지의 새 집

이예경 2010. 1. 4. 15:44

지난 12월 25일에 병원에서 집으로 모셔왔던 아버지

년말연시를 잘 지내시고 3일 일요일에 병원으로 다시 가시게 되었다

집에서는 자손들의 세배도 받으시고 식구들의 서비스를 받으셨다

 

병원에 도착하니 같은 병실 할아버지들이 대환영을 해주신다

집에서식구들이 좋아하는것 보다 더 좋아하시는것 같다

 

병실 할아버지들은 진심으로 좋아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식구들은 환영 반, 간병걱정 반 이었다는게 솔직한 맘 아니었을까 

아버지 자신도 기쁜 마음과 함께 식구들에게 부담준다는 마음과 섞였을까

 

아버지가 집에서는 별로 웃지않고 신경이 예민하신것 같았는데

병실에 오셔서는 활짝 웃으셔서 다행이다

 

아버지는 집에서 열흘 지내는 동안

다리힘이 더 약해졌고 컨디션이 나빠졌다고 하신다

 

병원에서는 일과표에 따라 매일 물리치료 받고 운동하고

바둑두고 무료하지 않게 지낼뿐 아니라

이동시엔 전문 청년 간병인이 번쩍들어 받혀주고

잘짜여진 식단으로 정시에 식사했으나

 

집에서는 종일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시거나

운동은 전혀 안하고 식사는 잡숫고 싶은대로 절제없이 잘 잡수시니

보행도 기분도 더 좋아질 이유가 없었던가보다

 

병원의 어떤 할아버지는 집에만 다녀오면 속이 안좋아져서

중환자실에 실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식구들 사정은 어떨까

아버지 간병이 쉬운일이 아닌것은 반나절만 있어도 안다

팔십노구의 어머니는 열흘동안 골병이 들으신것 같다

(나도 하루 간병해보면 저녁에 뻗다시피 곯아떨어지고 하루는 쉬어야 회복된다)

 

매일 4시간씩 건강보험 적용되는 사회복지 도우미가 와서 돌보아드렸는데

그건 생각보다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왜냐면 아침에 일어나서 옷입고 속옷 갈아입을 때라던지 기저귀 갈 때

주무시기 전에 목욕할 때 옷벗기 씻기기 옷입히기 등에 도움이 필요한데

 

도우미는 아침9시에 와서 1시에 가니까 정작 도움 필요할 때는 지난뒤에 와서

식사시에 생선 가려주는일 , 같이 점심 먹은 후 설겆이 정도였단다

그러니 나머지 일은 어머니 차지가 된다

 

정말로 식구를 간병한다는 일은 남을 간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피곤한 일인것 같다

남남이면 서로 포기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식구끼리는 포기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쨋던 현주소에선 서로가 병원과 집에 떨어져 살면서

가끔 만나고 어쩌다 집에 오는 거면 사흘 정도 머무심이 적당한 것 같다

안 그러면 양쪽이 다 망가질 수 있다는 결론이 보인다

 

나이 든다는 것이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렇게 건강하고 멋있고 자애롭고 성공적인 삶을 사신 아버지

노후의 인생은 정말로 예상치 못했던 모습들이니 말이다

 

하기사 자연의 모습들이 다 그렇지

굵은 나무 줄기 가운데가 푹 파인 고목나무 등걸

가을이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그 향기롭고 아름답던 꽃잎이 속절없이 땅에 떨어져 갈색으로 말라버리는 장미꽃

 

그러나 한발짝 떨어져 다시 보면

자연은 그냥 데려가지는 않고 후손을 남기게 해준다

가는 쪽이 절망이고 불쌍한 것은 잠간이고

새로 태어나는 쪽은 희망과 기대에 차있고 축복 받는다

 

노인이 가는 길이 천당이라 확신한다면 누구나 즐겁게 기다려질까

신심이 깊은 소수의 노인들은 확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걸 보면 확신을 가지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한번 가면 돌아와 가르쳐준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초행길은 긴장과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위로가 되 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노인의 가는 길에 옆에 있어주고 기도해주고 손잡아 주는것이

그런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눈앞에 자꾸만 병워옷 입으신 노인들이 왔다갔다하고

잠은 안오고....

 

세월 이기는 장사가 있나요

우리도 곧 노인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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