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수요일
소소한 바느질 거리를 처리하느라 바느질 삼매경에 빠졌는데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오늘이 결혼 66년 기념일이라며 그당시엔 함박눈이 펑펑 소리없이 쌓였고 어떻고....
아버지 모습은 어찌어찌 했었다며 추억에 잠기신 목소리....
이야기를 하시다보니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우신가보다
어쩌겠나.....아버지 뵈러 병원에 모시고 가드릴테니
어머니를 보고 기다리시라 하고 부지런이 집을 나섰다
오늘 기온이 최저 영하9도...제일 추운 날이라는데....덕분에 길은 붐비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는 막 바둑 게임을 끝내시고 방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뒷모습을 향해 내가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불렀더니
알아들으시고 활짝 웃으신다
어머니도 따라서 내뒤에서 "여보" 하고 부르니 더 좋아하신다
아버지 66주년 축하드려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두분 다 사진기 가져왔느냐 물으신다
내가 미처 안챙겨가서 난감했는데
결국 병원 사진사를 불러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사진사는 매그너스병원 소식지 신문 편집장이기도 하단다
덕분에 그 사진이 거기 신문에도 실릴것이라 한다
우리는 사진기 안가져오길 잘했다고 하면서 웃었다
휴게실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뉴스있느냐 물으신다
물론 우리는 항상 뉴스거리가 있다
넷째동생이 19일에 서울 온다는 얘기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버지와 나누는 동안
나는 옆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얘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저렇게 이야기가 많으시니 예배는 언제 드린담......
결국 저녁식사시간이 임박해서 찬송가는 안부르고
방에 들어가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기도만 해드리고 왔다
동생들이 중보기도 해준댔기에 보이지 않는 동생들이지만 옆에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아버지 등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기도를 해드렸다
등이 참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아버지는 12월 25일에 병원 짐을 다 걷어가지고
집에 오셔서 도우미 두고 살아보시기로 했다
지난 1년간 두 분다 외롭게 그리워하며 사셨으니
집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어 목욕도 자주 하시고
옛날 이야기도 하시면서 편하게 지내시면 좋겠다
친척 할아버지가 미국에 다녀가시라고 누차 초청하셨지만
아버지는 비행기 탈 일이 고역이라며 내집에서 쉬는게 더 좋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지나간 66년을 회상하시는듯 했다
옛날 이야기는 언제 듣고 또 들어도 새롭고 재미있다
체험담이고 또한 항상 정신력으로 버티고 승리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참 열심히 살아오셨다
............
나도 어딘가 엄마를 좀 닮았을까?
많이 닮아야할 것이다......
귀가길에 내 손바닥에는 아버지 등을 쓰다듬던 감촉이 다시 느껴졌다
옛날에 초등학교때 저녁때 삼청공원에 갔다가 어둑어둑해져 내가 졸립다고 했을때
아버지 등에 업혀 집에 오던 생각이 났다
그때 아버지 잔등이 매우 넓었다고 기억되는데
아주 따뜻하고도 탄력이있으면서 포근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들이었더면 지금엔 아버지를 업어드릴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께 참 미안한 마음이다...어쩌나, 어찌할거나.......
그러고 보니 미안한 일들이 자꾸만 자꾸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것은
부모님께서 두분다 건강 때문에 몸이 떨어져 살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서로 그리워하며 사시니 그것도 행복이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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