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 4시
어머니가 또 몸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나가 죽을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원인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잠결에 일어나 아버지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입벌리고 정신없이 주무시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하고 불쌍하고....
가슴이 저려오더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오면서
온몸의 기운이 스르르 빠려나가는 것 같고
뭐랄 말할 수 없는 상태-심장마비로 금방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럴 땐 무슨 약을 먹어야 좋은지 우황청심원이면 될까 물으신다
큰일났네.....내가 또 친정에 가봐야 될 것 같은데.....
그런데 나는 간밤에 밀린 일들로 1시에 잠이 들었던 고로 몸이 말을 안들어서
마음과 달리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다시 깨보니 6시가 됐다
부리나케 남편과 시어머니를 위해 아침 진지상을 차려놓고 친정에 갔다
어머니는 기운이 하나도 없으시고 목소리가 모기소리같고 너무나 힘들어 하셨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것 아침장만을 했다
반면에 식탁까지 어렵게 오신 아버지는 간밤에 때를 세꺼플정도 벗기셨는지
얼굴과 무릎이 니스칠한 것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새벽의 해프닝도 모르시는 채 표정도 아주 편안-하시다
어머니는 지난 사흘간 아버지 맞을 준비에 대청소랑 이것저것 하시느라
기운이 소진되어 있는데다 아버지 때까지 밀어 드리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셨을 것이다 어찌보면 무지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무지하게 많이 사랑하신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어쨋던 뭔가 대책을 세원야지 계속 불안해서 살겠나
동생에게 그리고 아버지께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휴식을 좀 취하는게 어떤가 물었다
모두다 정답이나 어머니가 원할 것 같지않아 걱정된다 하였다
나는 어머니께 조심스레 말씀드렸고 ....정말로 어렵사리 승낙을 얻어냈다
처음에 엄마한테 입원 이야기를 했을 때 어머니는 펄쩍 뛰셨다
일주일만 휴식하고 오시라고 꼭 필요하다고 했더니 나중에는 솔직히 요즘
너무 힘들어서 입원환자들처럼 푹 쉬어볼까 생각을 잠시 해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어머니 자신이 막상 간다 생각하니 적응이 안되시는 것 같았다
준비하는 내내 간댔다 안간댔다 하루종일 이말씀저말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셔도
본심이야 어떻든 너무나 이해가 가는 일이라 나는 대꾸없이 참을 수 밖에 없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어머니는 집 정리, 은행일, 냉장고 청소, 아버지 목욕, 엄마 가방싸기,
몸단장의 순서로 준비를 끝내고 일주일간 휴식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아버지를 집에서 맞이했던 어머니는 지난 사흘간 식사 준비도 그렇지만
목욕, 침대에서 일으켜드리기 등
그리고 종일 빨래를 삶고 수시로 이불이니 옷이니 걷어 빨고 창소하고....
엄마가 매우 힘들어하셨다...내가 해도 힘든 일을 엄마가 그몸으로 하셨으니....
정말로 초인적으로 하셨는데 몸이 힘들어도 할건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엄마는 살아있는한 움직이는게 엄마의 인생 모토라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고 하신다
집을 떠나기 직전에 아버지는 목욕을 전날에 잘 했으니 다시 할 필요 없다고
엄마가 힘들어할까봐 완강히 버티셨지만
엄마는 뜨끈뜨끈한 물을 받아놓은 목욕통에 아버지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계획하신 일을 모두 끝내야 직성이 풀리시는 어머니는
오는 길에 깨끗하게 몸단장된 아버지를 보며
거봐요 목욕하시고 새옷 갈아 입으시니 얼마나 좋신데요
하시며 흐뭇해하셨다
어제 4시 경에 요양병원에 도착하여 의사 진찰을 해보니
응급실의 검사결과와 똑같이 신체상태는 모두 정상이라 했다
엄마는 그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는지 웃음이 자꾸 나오신다고
휴양만 잘하면 되겠다고 편안해 하신다
한의사가 어머니의 심장이 극도로 약해져있고 신장의 기능도 떨어지고 있으며
위장은 막힌거 같다고 했는데 양방에서는 정상이라고 하고
본인은 기운없다느니 심장마비로 죽을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시니
내가 내린 결론은 휴양이었던 것이다
병원에 갈필요 없다며 내내 진주 아파트에서 그리고 병원가는 차안에서도
나를 종일토록 불편하게 했던 어머니가 4인실 병실 한쪽에 마련된 침대에 누워 보시더니
맘에 든다고 오길 잘했다고 하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내가 긴장이 풀리고 잠이 스르르와서 어머니랑 좁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눈감고 쉬면서 얘기도 하고 좁은 침대라 떨어질까봐 부등켜 안고 있었다
어머니가 행여 낯선 침대에서 불면증이라도 올까봐
그 방과 침대에 딸내미의 기운을 묻혀 놓았다 할까...
남양주에 있는 이 병원은 주변 공기가 맑아서 휴양지로는 으뜸이란 생각이 든다
낯선 병원에 어머니를 두고 오면 마음이 더 짠 할텐데
낯익은 병원에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곳에 어머니를 맡기고 나오게 되어 불행 중 다행이다
저녁식사를 같이 마치고 5층 아버지께 갔다
아버지도 막 식사를 마치고 205호로 내려갈 작정이셨다며 매우 반가워하셨다
어머니도 "이제는 우리가 매일 아침으로 저녁으로 보게 됐어요" 한다
아버지는 내심 엄마가 와서 좋으신 거 같다
엄마도 밤중에 공포에 떨지 않게 되었으니 안심이 되나보다
너무나 다행이다
엄마는 정말 초인적인 의지로
최선을 다해 매순간 사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랑이 많은 우리 엄마
우리 딸들이 모두 닮고 싶은 우리 엄마....
빨리 회복하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으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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