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지께서 집에 오시는 날이다
오전에 어머니가 아버지 맞을 준비가 덜 끝났다고 하셔서
오후3시가 다되어 겨우 집에서 떠났다
가는 길에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딸들은 이런 생각을 할꺼야
노인들이 나이들었으니 당연히 노환으로 힘드신것이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열심히 기도해서 기적이 일어나게 해주십사
그래서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잘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절실한 마음을 읽으니 가슴이 저려온다
병원에 도착하자 현관에서 우리를 본 직원이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여태 현관로비에서 기다리다가 방금 병실로 올라가셨다고 했다
우리도 부리나케 5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간호사실에 가서 일주일치 약을 주문해오고 보행기를 차에 싣는 동안
어머니는 병실 침대를 정돈하고 설합을 정리해서 가방을 꾸리고
간병인은 아버지 옷을 갈아입히고 3박자로 부지런이 퇴원준비를 해서
4시에 다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내게 별일 없었느냐고 물으신다
네, 그냥...내가 얼버무렸더니 ....꿈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며칠전에 그 꿈을 꾸고서 어머니 걱정을 많이 하셨다는 것이다
고향 화동에서 운동회를 한다고 고향사람들이 다 모였는데
어머니가 달리기 선수라고 하면서 뜀박질을 하고 있더란다
그런데 씩씩하게 잘 달리다가 골인하는 순간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져서 일어나지를 못하더란다
너무 놀래서 이름 부르며 잠이 깨셨단다
날짜를 따져보니 바로 내가 아산병원 응급실에 갔던 똑같은 날이다
노부부끼리는 뭔가 통하는게 있는가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버지는 내게 엄마걱정해서 전화 자주 드리라고 당부시다
어머니는 내게 응급실사건을 절대 아버지께 전하지 말라고 했다
나와는 의견이 다르지만 네-대답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셔야 하는거 아닌가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왜 아버지를 속이려고 하세요"
일부러 어머니 속을 긁어본다
"아버지가 마음이 약해져있으니 걱정하실까봐 그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뭔가 병세를 어머니께 속이면 좋겠어요?"
"아버지와 나는 다르쟎니"
집에 오는 동안 차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두분은 서로 귀가 안들려서 대화가 잘 안된다
내가 양쪽 말씀을 복창을 해야 하니 비서없으면 어떻게 사나....
완이가 어제도 왔었고 내일도 온다고 했기에 망정이지....
두분이 아무리 사랑해도 귀가 안들려 소통이 어려우면 또 다툴 지 모른다....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끝내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뜨자
아버지께서 어머니 건강에 대해 또 물어보셨다
보지도 않고 다 짐작을 하고 계시니
아버지께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를 해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랬구나, 엄마가 힘들테니 이젠 병원에 오지 말라 해야겠구나"
아버지께서 가장 즐거운 일을 포기하려하시니 안스럽고 가슴아프다
아버지도 작년보다 많이 쇄약해짐을 느낀다고 하셨다
설겆이 마무리를 끝내자 8시가 되어 나도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다
어머니가 어지럽다며 소파에 누우시고
아버지는 의자에 앉아서
두분은 서로 커다란 목소리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신다
잉꼬부부의 모습이다
오늘저녁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시길 기도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자꾸 어지럽다고 하시니 걱정되 죽겠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버지가 옆에 계시니 다행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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