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종일 집 정리하느라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집안에서만 뱅뱅도는데도 저녁만 먹고나면 눈이 붙어서 안떨어지니
본의아니게 9시만 넘으면 초저녁잠을 자게 된다
제대로 잘 때보다는 주로 소파에서 자는 수가 많다
따르릉 전화 소리에 시계를 보니 12시 반인데
누굴까 이밤중에...물론 잘못온 전화겠지 했는데
받고보니 친정어머니다
우황청심원이 5년 지난건데 먹어도 될까..그런 내용인데
목소리가 숨 넘어가신다
갑자기 어지럽고 배에서 오른쪽 발까락까지 마비되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우황청심원을 찾아냈다고
그러다 큰딸한테 물어보는거라하신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금요일 아침 아버지 병원을 다녀오려하는데 같이 가달라고 해서
두말없이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러 집에 갔더니 하시는 말씀이
기운이 하나도 없고 얼굴과 팔이 사흘전부터 피부가 온통 검어 졌다고 하시고
소화가 하나도 안되고 배만 불룩 하다는 둥.....
빨래를 널다가 갑자기 현기증이 났는데 머리속이 답답하고 멍-해지더라는 둥
얼굴이 거실거실해졌다는 둥.....
꿈을 많이 꾸고 가끔씩 헛것이 보인다는 둥.....
애들이 가까이 살면 한번씩 자고가주었으면 좋겠다고도 하셨다
내가 듣기에는 기혈순환이 안되어 갑자기 돌아가실까봐
심히 걱정히 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가길에는 한의원에 모셔다 드렸고
침 뜸 부항치료를 받고 오셨다
그런데 한의사가 너무나 반기면서 진찰을 해보더니 큰일나겠다고
여기저기 다 막혔다고 하더란다
어머니는 5년전에 암수술도 했기에 내심 충격받으신거 같았다
나도 집에와서 웬지 마음이 편치 않던 차에 전화를 받은 것이다
나는 어머니께 일단 현관문을 열어 놓으시라했고
내가 곧 그리로 도착할테니 그대로 계시라고 했다
그러나 빨리가도 35분은 걸릴텐데 운전대를 잡고 달리려니 너무나 걱정되었다
그래서 119에 전화해서 잠실진주@로 와달라하였다
친정에 도착하니 119구조대는 이미 도착
잘생긴 여자 1명과 씩씩한 남자 2명이 현관과 거실에서 서성이고
어머니는 잠옷바람으로 안방에 앉아있다
병원에 갈 필요 없다며 우기고있는 중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겨우 옷갈아입히고
119 엠브란스에 앉아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5년전에 중풍으로 손가락 하나 못움직이는 시어머니를 119구조차에 태우고
동서와 가슴졸이며 갔던 생각이 났다
친정어머니는 걸을 수 있으니 너무나 다행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새벽 1시인데도 응급실은 만원이다
복도에 자리를 못찾아간 환자들이 누워있는 침대들이 ㄱ자 복도를 꽉채우고 있다
뭔가 낯익은 풍경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벌써 2년전 아버지께서 혈뇨증상으로 소변대신 젤리모양의 핏덩이를 뚝뚝 흘리셨을때
응급실로 오셨다가 3박4일을 이 복도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딸셋과 어머니가 번갈아 옆에서 밤을 새우며 침대를 지켰었다
그 아버지는 방광암 수술을 2번이나 했지만 지금 노인병원에서 잘 지내시는데
이번에는 어머니 차례인가
대기실에는 뭐라 중얼거리며 서성이는 젊은 남자와 따라다니며 말리는 엄마인듯한 중년부인
깡마른 노인 양옆에 앉아있는 두여자 등 급해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표정은 어둡지만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도 눈에 띤다
이밤중에 뭔가 건강에 급박한 사정이 생겨 급하게 달려온 사람들이겠지
차례가 되어 의사면담을 하는데 증상을 들은 의사가 하는 말씀이
완전히 밝히려면 별별검사를 다 해야하고 비용이 엄청나겠으니
우선 기본검사를 해본뒤 다시 보자고 했다
심전도,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가슴사진, 갑상선검사 등을 했는데
2시간 후에 결과가 나오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동안 집에 가서 자고 오면 안되냐 했더니 펄쩍 뛰며 안된다고 했다
퇴원확인서가 나와야 퇴원할 수 있단다
평소에 1주일이나 걸리던 검사결과가 2시간 후에 모두 나와서 다시 의사면담을 했다
나는 어머니와 가슴을 졸이며 의사 앞으로 갔는데
의사는 모두가 정상이라며 퇴원해도 되겠다 한다
안심이 되면서 돈 12만원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아라 했다는 속담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새벽 4시에 집에 와서 어머니랑 나란히 누워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7시다
집에 전화해보니 옵빠는 핸드폰 문자도 확인 안해보고
웬일인가 모르고 있다가 그제서야 몇시에 집에 올거냐고 묻는다
몇시에 올거냐 묻는 말이 내게는 빨리 오라 채근하는 말로 들린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집안일 걱정말고 어머니께 잘 해드리라는 말이었을까
옵빠야 뭐래든 난 냉장고를 뒤져 아침식사를 장만했고
8시 반에 어머머니랑 맛있게도 냠냠 즐거운 식사를 했고
10시에 어머니를 한의원에 다시 모셔다 드렸다
어머니는 검게 변했던 얼굴과 팔다리가 한의원에 다녀온 후 많이 옅어졌다고
효과가 있는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응급실 검사결과로 정상인걸 알았으니
맘이 편해져서 아주 단잠을 잤노라고
응급실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노환은 누구나 겪는 것....
노환에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으니
좀 더디게 오게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라던 말이 생각난다
하는데까지 관리를 잘해서
계시는 한 고통없이 편하게 지내시다가
주무시는 듯이 편하게 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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