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초음파 검사

이예경 2009. 8. 11. 13:45

초음파 검사

이예경

방금 의사를 보고 오는 길이라며 삼 년 만에 아기를 가진 딸애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오늘은 초음파 사진으로 태아를 보았는데, 엄지 만한 것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하며 한시도 가만있지 않더라 한다.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는 애아버지에 못지 않은 감동이 내게도 전해온다. 내 집안에도 새로운 세대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느끼는 기쁨은 잠시 지나고, 웬걸 그리 자주 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초음파를 쏘아대서 관찰을 하는 게 태아에게 좋을까 하는 원시적인 우려 때문이다. 정상임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초음파를 쐬지 말라고 일렀더니 딸애는 양쪽 어른들이 똑같다고 목청을 높힌다.

초음파란 일반적인 음파의 일백 배의 파동을 태아에게 쏘아서 반사시켜 사진을 얻는 것이다. 인체에 무해하며 기형아 감별, 정상 확인을 위해서도 매 달 하는 검사가 필수라한다. 그렇다고 어디에 흉터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태아에게 포근하고 좋은 느낌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한 두 번이 필수인 것은 알겠는데, 매 달이라는 말에 나는 의아한 기분이다. 원래 태아의 신체구조적 기형여부를 평가하고자 연구된 것이 근래 초음파 기계가 보급되면서 임신 하면 당연한 절차로 안다. 이 시기에 태아의 뇌신경계, 근골격계 등 태아의 신체 전반의 해부학적 구조가 잘 관찰된다 하면서 실제 관심사는 성감별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초음파 검사 후 기형아를 발견한 경우도 있지만, 아들인줄 알았다가 딸을 낳은 경우도 있다. 딸이라 가차없이 지워버렸다는 사람도 있다. 좋을 사람은 궁금증이 풀린 것으로 느끼는 젊은 부모와 초음파기계 융자금을 해결해 가는 의사들 정도일 것이다.

새 생명의 잉태는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과학자의 사진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자 하나가 이백만 개 이상의 정자와 기회를 가져도 만나서 착상에 성공하는 것은 단 하나 뿐 인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모르는 새 이미 서로의 영혼이 이백만 번의 날갯짓을 하면서 기다려왔던 것이라고, 자식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률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과학의 발달이 부족하던 시대에,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라던 적도 있었지만, 여하간 요즘은 미리 알았기에 지혜롭게 대처하게 된 사실은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종양을 조기 발견하여 떼어내기도 한다. 결국 생명력을 가진 사람은 어려운 경우도 극복하고 잘 살지만 수술이 잘되어도 생명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회복이 어려운 경우를 본다.

생명력은 야성이다. 그런데 야성은 인간의 손을 타면 감소된다. 생명력을 보존하고 살려내기 위해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게 살려고 노력은 해야할 것이다. 동물원에 데려온 동물들은 전문의가 잘 보살피고 있는데도 제명까지 견디지 못하는 놈이 많다고 들었다. 이렇게 각종 검사로 태아적부터 자꾸 손을 타는 것도 자연을 거스르는 것 같아서, 앞날의 일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영 혼 육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 나는, 임산부들이 무슨 검사니 무슨 보약이니 하기보다는 우선 컴퓨터 없이는 못사는 환경부터 바꾸고 자연식을 하며 한국 재래의 태교에 힘쓰는 것이 백 배나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이만 번의 날갯짓이 더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초음파 검사 기계는 정밀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고 같은 사진을 가지고도 전문적으로 어떻게 해석을 잘하는지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검사를 만능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책임 있는 의사들은 주장을 하지만, 어쨌든 초음파 검사는 일반적인 일이 되어간다.

과학 만능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전문가의 처방이라고 무조건 따를 수도 없고 무조건 무시를 할 수도 없다. 행동에 옮기는 최후의 결정은 각자의 자유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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