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주인공은 나의 할머니, 먼 곳에서 온 귀한 사진이다. 고향이 이북인 아버님께서는 항상 고향생각에 잠 못 이루시며 어머님 소식을 궁금하게 생각하셨는데, 어느 날, 우리 부모님에게도 흥분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에 사는 친척이 이북에 있는 고모와 조카들의 주소를 전해온 것이다. 그들과 미국을 통한 편지왕래로 아버지는 2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이듬해에 병으로 세상을 떴다는 동생의 소식을 알았고, 어머니의 유언도 전해 들으셨다. 아버지의 향수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47년 전 11살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여동생의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할머니의 증명사진을 보고 또 보고, 끝내는 손바닥크기로 확대 복사하여 액자에 끼워놓았다. 시집간 딸들에게도 그 액자를 복사해 주시면서 거실에 걸어놓으라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