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무슨 일이?

우리 조상들의 출생에 대한 철학을 엿보다 ㅡ 과천시 아해박물관에서

이예경 2021. 2. 21. 18:11

 

남녀노소 모두, 꼭 가볼만한 장소인 [아해박물관]에 다녀온 후기입니다.

 

- 아해박물관의 "아해"란 말은 어떤 뜻인가요?

- 아해박물관에 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는지?

- 아해박물관은 어린이전용 박물관인가?

-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인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서 시간을 내어 방문해보았습니다.

 

아해박물관은 우리 전통 놀이감이 더 이상 사라지지않도록 수집, 보존하여 전시하고 체험교육을 실시함으로서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놀이속에 담겨진 교육적 가치를 어린이 성인 교육전문가 들에게 전하고자 설립되었어요.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를 흥미롭고 깊게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구성하여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아해박물관 1층으로 들어가봅니다. 전시실 입구에서 학예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어 초면같지 않았습니다.

초입부터 전시물에 대해 자세한 설명으로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어 흥미진진하였어요. 자~~ 그럼 볼까요?

 

[태교신기] (胎敎神記) 1801 "뱃속 열달이 출생 후 10년의 가르침보다 더 중요하다" 하였지요

 

태교법을 종합정리한 책입니다. 저자 사주당 이씨는 임부 뿐 아니라 집안사람 모두가 조심하여 아름다운 것만 보고 기쁨 성냄 등이 지나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音義와 언해諺解를 붙여 1801(순조 원년)에 완성했습니다. 수고본手稿本 1책으로, 원문 26장과 언해 43장을 합하여 모두 69장이며 전체 내용은 2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사주당 이씨는 어려서부터 경서를 두루 익혔기에 신사임당에 버금갈 만큼 학식과 부덕이 뛰어나,

동해모의(東海母儀)라는 칭송을 받았어요. 목천현감 유한규와 혼인하여 13녀를 두었고,

언문지諺文志물명유고物名類考를 펴낸 서파西陂 유희의 모친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요약해보면:

지언교자 只言敎字사람의 성품은 하늘을 근본으로 삼아 이루어지며 기질은 부모로부터 받아 형성된다.

지언태자 只言胎字태는 인성의 근본이기에, 수태를 위해서 반드시 마음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비론태교 備論胎敎태아에게도 군자의 도를 가르쳐야 한다.

 

태교지법 胎敎之法태교는 임신부뿐만 아니라 온 식구들이 함께해야 한다.

잡론태교 雜論胎敎군자가 되고 소인배가 되는 것은 오로지 태교에 달려 있다.

극언불행태교지해 極言不行胎敎之害태교를 잘못하면 육신이 온전치 않고, 병약할 수도 있다.

 

계인지이미신구기위유익어태 戒人之以媚神拘忌爲有益於胎:

소경이나 무당을 부르는 따위의 사술邪術을 경계해야 한다.

잡인이증태교지리신명제이장지의 雜引以證胎敎之里申明第二章之意:

태교의 이치는 오이가 오이 넝쿨에 달려 있는 것과 같다. 자식은 어미에게 달려 있다.

 

인고인이행지사 引古人已行之事중국 주나라의 태교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였다.

추언태교지본 推言胎敎之本태교는 본래 자손들을 위한 것이다. 아내와 딸이 반드시 알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임신 전의 부성父性 태교도 강조한다. 곧 잉태이전 아버지의 심신 상황이 어머니의 태중 열 달보다 더 중하다는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조선왕조에서는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 성군을 길러내기위해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지요.

[임신예지법]이라하여 출산전에 읽어야할 다양한 지식을 후손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문서도 작성했다고 하지요.

얼마전에도 문화재청에서 8주간 [왕실태교] 교육프로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어요

 

[계녀서 (戒 女 書) ] :

부덕 교육을 위한 한국의 대표적인 저술로 조선후기 문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이 안동 권씨 가문에 출가하는 맏딸을 위해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덕목들을 한글로 적어 전해준 교훈서. 특히,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아기를 가진 어머니는 신체적 건강은 물론 감정적인 상태도 태아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함.

 

내용은 여성에게 필요한 수신제가의 내용을 20개 조로 나누어 상세하게 기술하였어요.

부모 섬기는 도리, 지아비 섬기는 도리, 시부모 섬기는 도리, 형제간에 화목하는 도리,

친척간에 화목하는 도리, 자식 가르치는 도리, 제사 받드는 도리, 손님 대접하는 도리,

투기하지 않는 도리, 말을 조심하는 도리, 재물을 존절히 쓰는 도리, 일을 부지런히 하는 도리,

병환을 돌보는 도리, 의복과 음식을 만드는 도리, 노비 부리는 도리,

(16)꾸며[] 받는[] 도리, (17)팔고 사는 도리, (18)비손하는 도리, (19)종요로운 도리, (20)옛 선인들의 선행 

 

특히, 부모 앞에서는 개나 닭을 꾸짖지 말며, 친정부모가 시댁으로 보내는 것이 있으면 봉한 채로 시부모 앞에서 풀어드리도록 할 것이며, 자식을 가르칠 때는 잡된 장난을 못하게 하고, 하루 세 번씩 책을 권하여 읽히고, 친구와 언약한 것은 꼭 실행하여 신의를 지키도록 하며, 15세가 되면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도록하는... 등등, 인상적으로 남는 내용입니다.

 

[태항아리-1 ] 조선시대에 아기의 태를 보관했던 백자 태항아리.

어깨에 4개의 고리가 있고 뚜껑의 꼭지에도 4개의 구멍이 있어 끈으로 묶어 땅속에 묻었답니다. 

팔 길이보다 더 깊이 좁고 깊게 구덩이를 파서 항아리 몸체에 네군데 고리를 만들어 긴 끈을 묶어 줄을 잡고

땅속 생물들이 덤벼들지 못하도록 깊이깊이 묻었을 것입니다.
두껑에 십자모양 아래 숨구멍도 뚫려있네요. 조상님들은 생명 존중 사상으로 이런 세심한데 까지 배려하며 사셨네요

 

 

[태항아리-2 ] 고려후기에 아기의 태를 보관했던 토기 태항아리.

옛날 왕실이나 양반가에서는 태를 귀하게 여겨 출산후 태항아리에 넣어 묻었습니다.

최초기록은 신라시대 삼국사기(三國史記) 김유신 장군의 태를 묻은 기록입니다

 

서구에서 태교 및 태아 관련 연구는 20세기 후반에 유전학이 발달되면서 시작하였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태"의 가변성에 대한 주장이 서구의 본성-양육 논쟁이 도달한 결론이나 현대 유전학이 이룬 성과와 맞닿아 잇는 점이 놀랍습니다. 태아기의 경험이 생리적 분 아니라 심성 면에서도 출생이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지요

 

[금 줄] 태항아리 위쪽에 새끼줄이 묶여있는데 이것은 "금줄"이라 부릅니다

금줄의 가장 큰 의미는 금지인데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는 금줄을 대문 앞에 내걸지요. 상갓집과 같은 궂은 장소에 다녀온 사람이나 몸이 아픈 사람, 잡상인 등 새로운 생명에게 자칫 해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시에요요즘은 병원이나 전문기관에서 아이를 낳지만, 과거에는 집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신생아만을 위한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가 어려웠지요. 따라서 외부의 나쁜 균이나 불길한 것들로부터 태어난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금줄을 반드시 걸어두었답니다

 

금줄은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부터 삼칠일 동안 걸어둡니다. 삼칠일은 출산 후에 7일이 3번 돌아오는 기간으로 총 3주를 의미해요. 숫자 7이 좋은 기운 숫자, 3은 하늘··사람을 담는 음양의 조화가 완벽한 숫자라고 여겼거든요

금줄은 금지와 신성한 공간을 구분짓는 의미를 가지므로 특별함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보통 새끼는 오른쪽으로 꼬지만 금줄은 반드시 왼쪽으로 꼬아야 한답니다. 오른손은 늘 쓰는 손이니 때가 묻은 세속적인 손이고, 왼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손이라 성스러운 손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숯과 종이,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는 빨간 고추를 여자아이는 솔가지를 함께 엮어 걸어요.

고추의 빨간색과 매운맛은 귀신을 쫓아내 주는 벽사의 의미가 있고, 솔가지는 뾰족한 바늘같은 생김새로 부정한 것을 찔러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또한 솔가지는 여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푸른 상록수인데다 과거에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가 바느질을 잘하는 재주 많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배꼽싸개와 쑥주머니]

애기가 태어나면 탯줄이 붙어있는 배 위에 살균작용을 하는 쑥주머니를 얹고  배꼽싸개로 묶어주어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주어 배꼽이 덧나지 않고 잘 아물도록 하였습니다.

 

[배냇저고리]

아기가 이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는 옷입니다. 약한 아기 피부 보호를 위해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고

깃과 섶을 달지 않고 고름대신 길게 꼬아 만든 실끈으로 앞을 여며 주었습니다.

이 옷은 애기가 커지면 재수좋은 기운을 가졌다고 하여 입학시험 취직시험 면접시험 등을 치룰때

주머니에 꿰메고 가기도 하는데요. 아마 생명탄생은 영혼과 영혼의 날갯짓으로 서로 만나 잉태되면

모태의 어두운 곳에서 애쓰고 자라나서 진통을 거쳐 온 힘을 다해 기운차게 이 세상에 나왔다는

그 위대한 힘을 기억하여 기운을 낸다는 의미를 상기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쪽 저고리]

백쪽의 천을 이어서 만든 옷. 백일된 아기에게 백살까지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만들어 입혔어요

 

[천인천자문] 千人千字文

새로 태어난 아들의 무병과 장수, 번성을 바라며 1천 명에게서 천자문千字文 중 한 자씩을 받아서 만든 천자문 책.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은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천 명의 지인들에게 일일이 찾아 다니며 부탁하여 한 글자씩을 받아 만든 책입니다. 천인의 지혜가 아이에게 전해져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는 뜻을 지니며, 아이의 첫번 돌상에 선물로 놓았다고 하지요. 예로부터 이렇게 하면 천인의 식견이 모두 아이에게 전해진다고 믿었다지요.

 

특히 과거 급제를 한 진사進士나 생원生員을 찾아다녔는데, 글을 빌려 만들었다 하여 걸자乞字 천자문.  많은 사람이 합심하여 썼기 때문에 만인문萬人文, 글을 익혀서 머리가 세도록 장수를 빈다는 의미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하였답니다.

 

천인천자문은 천 사람의 글씨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필체가 모두 다릅니다. 글자를 쓴 사람은 자기 이름을 글자의 맨 왼쪽에 써야 했으므로, 1인 한 글자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졌어요. 천자문 중 한 자씩 글자와 훈을 직접 쓰고 이름과 서명(혹은 인장)을 찍었는데, 날인한 도장도 각양각색이죠.

 

또한, 지인이라고는 하지만 천자문의 순서대로 한 글자씩을 받으면서 빈손으로 찾아간다는 것은 큰 결례였을 겁니다. 그래서 조기나 북어 같은 어물魚物이나 술을 준비해 부탁하러 갔다고 합니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 교통이 힘드니 지극정성의 기도하는 마음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겠어요.

 

천인천자문은 자식의 훌륭한 장래와 학문성취,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천 명이나 되는 지인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정성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훌륭한 풍속입니다.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한 글자를 정성껏 써주는 애정이 돋보이는 따스한 민속이지요.

 

아기의 돌복과 돌상입니다. 아기의 첫생일을 축하하기위해 옛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지요

아기의 장수 다복 다재를 비는 마음으로 백설기, 수수경단, 송편, 대추, 쌀, 국수, 각색과일,

색실타래, 활, 화살, 붓, 먹, 책, 돈 등을 놓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할 것은

돌잔치의 주인공이 돌쟁이 뿐 아니라 아기엄마도 함께라는 사실! 함께 축복해주십시오.

 

이외에도 현대 어린이들에게 과학 예술 창의성 개발을 위해 자연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전통놀이감과

어린이 공부를 위해 사용되었던 자료들이 여러가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소개드리겠습니다.

 

아해박물관은 과천시 주암동 97-2 에 있고 교통편을 알려드리면:

1) 시영버스 6번(35분 간격으로 운행)을 타면 아해박물관 바로 앞에서 내립니다. 

2) 11-3, 917, 441 시내버스를 타면 주암동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걷습니다.

3) 지하철4호선 선바위역 1번출구에서 11-3, 917, 441 버스를 타면 주암동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6번 버스를 타고 편하게 도착해보니, 주차장도 넓고 건물 옆에는 공원같은 언덕이 있어서 보기좋았습니다.

전시연계 체험교육에 참여하실 분은 개인, 단체, 또는 가족 단위로 방문하여 건물1층에 있는 상설전시관 관람 후

숲체험도 하고, 전시와 관계된 놀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요. 학예사와 교육전문가의 진행으로 이루어집니다.

박물관학교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문의는 T. 02-3418-5501~3

 

 

아해박물관 정문이고 주차장도 넓직합니다.

 

건물 옆으로 체험 동산이 넓고 시원하고 좋아서 즐겨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봄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나오는 계절에 꼭 방문해보시길 강추합니다

 

 

관람료는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 우대증 소지자는 50% 할인, 과천시민은 무료입니다. 

관람, 입장시간은 오전10시~오후5시에 입장 가능, 6시에 문닫습니다

 

이상으로 아해박물관 1층 상설전시장의 절반을 보여드렸습니다

조상님들의 생명존중 철학을 마음속 깊이 느껴보았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