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중국 계림으로 촬영여행으로 만난 계림은 그야말로 촬영의 보고.
일정 내내 비가 오고 흐린 날씨였음에도 마음에 드는 사진과 추억을 많이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계림은 사실,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광지좡족 자치구의 가장 큰 도시이고, 우리가 계림이라고 알고 있는 지역은 무척 넓습니다.
계림 시내는 정작 그렇게 볼만한 곳이 없고, 계림 옆의 양삭이나, 흥평, 용승 같이 차로 1~3시간 떨어져 있는 교외 및 시골이 진정 계림 지역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아직은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친절함도 좋았고, 아직 이쪽 지방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방식의 가마우지 낚시를 만나는 경험도 특별했고, 카르스트 석회암 산봉우리들이 끝없이 강을 따라 펼쳐진 리강의 산수는 어찌나 멋있던지요.
날씨 좋을 때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다시 이번 주 일요일(4월14일)부터 계림이 가장 좋다는 시기에 다시 촬영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여정은 지난 번에 계절이 안맞아 가지 않았던, 중국 운남성의 원양제전에 못지 않은 다랭이논이 절경인 용승 지역까지 가기로 되어 있어 어느 때보다 여정을 앞둔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리네요. 특히 4월 중순의 용승 산간마을에는 모내기에 앞서 산능선에 빼곡하게 만든 다랭이논에 물을 대는 시점이라 날씨만 좋다면 거울처럼 멋지게 햇빛이 반사되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든 최고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번 계림여행을 앞두고 복기도 할겸, 베스트 5가지를 소개해봅니다. 워낙 다양한 피사체와 포인트가 있어 5가지로 압축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계림에 간다면 꼭 가보고 체험해야 할 5가지의 보석. 꼭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1. 산에서 내려다보는 리강과 함께한 산수절경
계림에서 발원해 양삭까지 이어지는 약 120km의 리강(이강)은 석회암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으로 강을 따라 수천개의 기암봉우리들이 즐비한, 그래서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은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합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기괴한 풍경은 영화 <아바타>의 가상의 행성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고, 밑에서 봐도 좋지만 산에 올라가거나 기구를 타고 내려다보는 풍광은 실로 압권입니다. 계림 지역의 산들은 높지는 않아도 워낙 가파르기에 올라가는 데 제법 고역을 치뤄야하지만 일단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리강의 산수는 날씨라도 좋을손치면 그야말로 '뿅가리스웨트급' 감동을 선사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리강의 산수가 가장 아름답다는 흥평의 요채산에 올라가서 산수를 관람했는데 정말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지만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산을 타는 게 싫다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계림 시내의 요산이나, 올라가기가 만만한 첩채산, 아니면 양삭 시내의 작은 산들을 추천해드립니다.
2. 전통방식으로 이뤄지는 흥평 가마우지 낚시
계림을 오로지 하나의 사진만 보고 간다면 계림 지방에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 전통 방식의 가마우지 낚시를 찍으러 가야 할 정도로 흥평 황포탄과 양삭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가마우지 낚시는 아주 근사한 피사체입니다. 전통 복장을 한 어부가 새벽과 저녁, 가마우지 낚시하는 장면을 정확하게는 시연을 해주는데 뒤의 기암봉우리와 함께 참 인상적인 장면을 선사해줍니다.
진짜 생업이 아닌, 관광업을 위한 재현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 깊숙한 시골에는 실제 생업을 위한 가마우지 어업이 남아있으며, 재현이라도 지구상에 몇 안남은 친환경적인 전통어업을 체험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가마우지 낚시 사진은 플리커나 500px를 비롯한 세계의 유명한 사진 공유사이트에서도 '의미있는 여행사진작업'의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으니 사진에 관심있는 분들은 필견하셔야 할 계림의 보석 같은 풍물입니다.
3. 장예모 연출의 메가톤급 스케일, 양삭의 인상유삼저 공연
계림으로 떠나는 대형여행사의 수많은 패키지 프로그램 중에서도 좀 고가의 상품에는 이 공연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야말로 계림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이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장예모가 연출한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입니다.
뭐든지 스케일이 큰 중국인만큼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여주는 공연인데 서양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인 양삭의 리강 강변에서 뒤에 12개의 거대한 봉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외공연입니다.
매일 저녁, 1시간 넘게 펼쳐지는 공연에 출연자만 수천명이요, 이 공연에 출연하는 소년, 소녀들은 공연측에서 세운 학교와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며 오롯이 이 공연에만 열중한다고 하지요. 계림 지역 민초들의 삶을 재현하는 이 공연은 그 스케일과 예술성도 높이 살만한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 바 있는 의미있는 공연입니다.
관람료가 45달러로 제법 비싸긴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으며 공연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양쪽 사이드에 삼각대를 펴놓고 다른 관람객들을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멋진 사진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촬영친화적(?) 공연이기도 합니다.
4. 사진 찍기 최적의 동굴, 노적암 수정궁
석회암은 물에 쑹쑹 구멍이 잘 뚫힌다는 사실. 그러니 지형 대부분이 석회암 지역인 계림에는 동굴이 수도 없이 많은데요. 아직 발굴된 동굴이 1%도 안 된다고 하니, 여행객들이 바라보는 수천개의 봉우리 속에 어떤 기괴한 모습의 동굴이 숨어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현재 계림 지역에서 관광객들을 가장 많이 모으는 동굴은 관암 동굴인데, 관암 동굴은 관광객들로 너무 번잡하고, 유원지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큰 감흥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계림 시내에서 약 20분 떨어진 노적암 동굴은 그에 반해 훨씬 조용하고 국빈들이 올 때 연회를 열 정도로 세련된 조경과 보존을 자랑하는 동굴입니다.
1962년부터 개방이 된 노적암은 약 2km 길이인데 500m 정도만 개방되어 있고, 또 관람료가 우리 돈 2만5천원 정도로 제법 비싸기 대문에 단체 패키지 관광객들이 쉽사리 찾지는 않습니다. 노적암 안의 가장 멋진 포인트는 수정궁, 영어로 'Crystal Palace(크리스털 팰리스)라 불리는 동굴 중앙의 홀인데, 시시각각 바뀌는 멋진 조명 아래, 잔잔한 석회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반영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숨은 촬영보고입니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노적암은 빼먹지 말고 꼭 들릅시다.
5. 수천년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다랭이논, 용승 용척제전
자연이 오랜시간 동안 만들어낸 풍경도 멋지지만 우리 인류가 피땀흘려 개척해낸 풍경이 더 멋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척박한 산비탈을 깎고, 일구고, 또 물까지 댄 다랭이논이 바로 그런 예일텐데요. 세상에서 가장 드넓은 다랭이논이 있는 곳으로 중국 운남성의 원양제전을 꼽지만, 이 곳 계림에도 그에 필적할만한 다랭이논 밀집 지역이 있으니 계림 시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용승 용척제전입니다. 용승 지역에는 수천년 동안 그네들의 전통을 유지하고 사는 소수민족 요족(瑶族)이 살고 있는데 산 속 깊숙한 마을에 선조 때부터 일궈온 다랭이논에서 여전히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다랭이논은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대는 4월 초중순, 그리고 벼가 푸릇푸릇 어느 정도 빼곡히 자란 5월 말~6월 초, 그리고 추수하기 직전 황금물결을 이루는 9월 말~10월 초순이 방문의 최적기며, 모내기를 할 즈음, 좋은 일출과 일몰이라도 만난다면 논표면에 거울처럼 햇빛이 반사되는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여행에서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용승을 방문하지 않았고 이번 여행에서 찾게 되는데 정말 어떤 풍경을 만날지 사뭇 기대가 큽니다. 이곳 용승 사진은 500px.com의 다른 해외사진작가들이 촬영한 멋진 사진으로 대체하고, 여행 후 제가 찍은 사진으로 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지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콩여행 2016.11.6 (0) | 2017.03.29 |
---|---|
salt desert 2 (0) | 2017.03.03 |
salt desert (0) | 2017.03.03 |
계림2 (0) | 2017.03.03 |
계림1 (0) | 2017.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