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노후설계

'노년, 생각보다즐거울수있거든

이예경 2016. 6. 23. 15:15

행동심리학 대가가 들려주는 '즐거운 노년'활용법

글 오은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 상자 안에 있던 쥐는 계속해서 지렛대를 누르게 된다.’

 


인간 행동도 이처럼 보상에 의해 강화된다고 믿었던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 스키너 박사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이 작년 한국에도 선보였다. 1983년, 당시 78세라는 나이. 그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평생 인간행동을 연구해왔던 심리학자인만큼 심오한 학문적 이야기들을 예상해보며 책장을 펼친다. 하지막 스키너 박사는 '힘 빼게. 심리학 강의할 거 아닐세. 그냥 내 얘기야’라고 첫마디를 뱉으며 우리의 긴장을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밝혀지는 강의주제. '노년, 생각보다즐거울수있거든. 팁 좀 드릴까해서….'


그는 우선 노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라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궁즉통(窮則通),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고 벗어날 길을 찾으면 된다는 거다. 노년의 신체적 한계만 보더라도 전력 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히 보완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제시하는 액션 플랜들은 사소하고 실제적인 것들이다. 가령 안경 같은 소지품들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자꾸 잊어버리는 게 문제가 된다면 항상 특정한 곳에 물건을 두는 식으로 환경을 바꿔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가 비중 있게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노인들은 실제로 능력이 있다’라는 것이다. 관록이나 연륜 같은 지혜는 물론이고, 언어적 지능이나, 전체를 파악하고 기획하며 조망하는 통합성까지, 노년에는 신체적 한계를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능력을 얻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그의 생생한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노후는 창의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산적으로 보내야만 할 것 같다. 스키너에게는 ‘나이 들어봐, 다 이렇게 돼’라는 변명도 안 통한다.


이외에도 노년에 느리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니 노인답게 천천히, 편하게 생각하는 법을 익힐 것. 기존의 나의 방식과 통념을 버리고 새로움과 다양함을 추구할 것.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그 감정을 촉발시킨 환경을 바꾸는 식으로 감정을 통제할 것 등이다. ‘노년을 즐기라’는 주문만 있고, 방법은 없어서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준비하면 정말 충분히 즐겁고 생산적인 ‘두번째 50년’을 맞을 수 있겠구나 싶게 조목조목. 차근차근.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여러 곳에서 솔깃하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책의 원제가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Enjoy Old Age: A Practical Guide>, 직역해보면 <노년을 즐겨라: 실전활용편> 정도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