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한겨울 수도가 얼었어요 20160123

이예경 2016. 6. 9. 07:26
기온급강하로인하여
동파가 염려되오니 밤새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도록...
오늘도 어김없이 나오는 저녁방송이다 
 
소한부터 대한이 지나도록
계속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니
아파트관리소에서 수도계량기 동파
때문에 계속 주의방송을 한다 
 
아파트에서도가끔씩
계량기동파 소식이 들려온다
얼지않게 헌옷으로 채워놓아도
워낙 추우면 사고가 생긴단다 
 
옛날 한옥에서 살때 생각난다
마당 한쪽에 수도가 있었고
한겨울 되기전에 짚으로 수도주위를 들러싸서 옷을 해입혀도
워낙 추위가 심해지면
수도가 밤새 얼어붙는 적이 있었다 
 
물이 안나오면 비상시국이된다
주전자에 물을 펄펄끓여
수도에 들이붓고 또붓고
한참그러다보면 녹았지만
식구많은 집에서 분주한 아침에
할짓은 아니다 
 
물똑똑 떨어지게 해놓으면 되는데
아차 잊는날엔 고생이 막심해졌다
냉수와 온수 둘다 움직이도록 양쪽을 다 틀어놓아야하는데
냉수만 틀어놓은집이 동파된것같다 
 
옛날엔 등교길에 툭하면 귀가얼어
빨갛게되고 쓰라리고 실내에들어가면 녹느라고 화끈거리고 나가면 다시얼고 
 
손은 장갑을껴도 왜그렇게
매번 쓰라리게 시렸는지
학교가 너무 멀게 느껴지곤했다
그래도 30분정도 거리라
항상걸어다녔다 
 
중고등학교에선 주머니에 손넣어도 안되고 한겨울에 오바코트를 안입는것이 학교의 전통이래서 교복속에 모직내복을 입었던 생각이 난다 
 
귀가하면 엄마가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녹이라하고 엄마의 두꺼운 손으로
녹아라녹아라 빨리빨리녹아라 노래로
얼음장같은 내손을 녹여주시곤했다 
 
아파트에 사니 아랫목이 없어 가끔 그리울때가 있다. 겨울밤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사오신 군밤, 군고구마를 사오시면  
 
이방저방 육자매를 불러 아랫목 이불에 다리를 묻고 둘러앉아  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 어릴적 이야기, 고향이야기는 언제들어도 재미있었다. 어린동생들 뚱딴지같은 질문이나 재롱으로 깔깔웃기도했다. 
 
아버지께서 충주비료공장 근무시절. 년말파티 참석차 어머니가 충주로 며칠 가시는데 집에는 6자매만 남게된다 
 
밤이되면 동생들이 무섭다고 각자방에 안가고 안방에 모두 모여 잤다. 
 
어린동생들이 옛날얘기 해달라는 끊임없는 주문에 못이겨 나중에는 어줍쟎은 마술도 하고 즉흥적으로 지어낸 얘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더재밋어해서 내가 신나게 상상력을 펼친적도 있다 
 
기온급강하로인하여.....
방송듣고 옛날생각 새록새록
추운겨울밤 추억이 많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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