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네 학교앞을 지나다보니 번잡하고 꽃장수들이 서있기에
문득 용인에 사는 6학년 손녀가 생각나 놓쳤을까봐 걱정되었다.
마침 다음주월욜이 졸업식이라하여 다행.
월욜에 전철을 세번이나 갈아타고 한시간반만에 상갈초등학교에 도착해보니
골목 초입부터 꽃장사들과 졸업식손님들로 북적이는게 몇십년전 옛날과 다름없다
운동장은 대형 주차장으로 변해있는 것이 옛날과 다른 풍경이랄까
졸업식장 강당에 도착해보니 절반 앞쪽은 졸업복을 입은 학생들이 앉아있고
뒷쪽은 가득찬 학부형들로 와글와글, 두리번거리는데 며느리가 나타났다
맡아놓은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본 4학년 손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졸업식 끝나면 애슐리(식당이름) 가는거 아세요?
손자는 애슐리에 빨리 가고싶어 졸업식에는 관심도 없고 앞자리 친구와 장난치길래
내가 너트와 블루베리 말린걸 손에 쥐어주니 친구랑 오드득오드득 우물거리며 대만족이다
요즘은 초등생들도 머리에 모자는 안썼지만 검정졸업까운을 입고 식을 한다
졸업가도 처음듣는 새로운 노래를 하였다. 밝고 명랑한 졸업가가 맘에 든다
졸업식 끝나고 각자 교실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인사하고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장은 대학졸업장 못지않게 파란 하드표지에 멋지게 들어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들 일일이 포옹해주시고 덕담을 해주셨다
옛날과 달리 눈물을 흘리는 애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런대로 분위기 좋았다
할아버지는 녹음기에 카메라까지 메고 강당에서 교실까지 동분서주 바쁘시다
기념사진 몇장이면 될것을 기록사진으로 졸업앨범이라도 만들려는지.....
내게도 같이 보조사진사 해달라고 했지만 나는 손자랑 노는것이 더 좋아서 사양했다
할아버지는 첫손녀라 애지중지 너무나 사랑해서 대견하다고 어쩔줄을 모른다
손주들을 보면 만사를 제끼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아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애기때에도 며느리에게 쉬라하고 이유식 먹이는걸 도맡아 했었다
아들네는 지난 12년간 우리와 같은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주일마다 만나서 같이 점심먹고 아이들 봐주고 그게 할아버지에겐 큰 행사였다
손주들은 할아버지만 보면 멀리서 두팔을 펼치고 달려오니
할아버지가 매번 뿅~ 가는 기쁨조...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조이다.
이번에도 졸업 후 2주간 방학이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2박3일로 할아버지랑 지내자고 제안.
첫날엔 등산가고, 둘째날에는 극장, 그리고 저녁마다 재미있는 수학문제를 풀어보자고 했다
할아버지는 나름 열심히 생각해서 계획한 것이 분명한데.......
며느리는 화알짝 웃으며 대환영.
그런데 손녀는 딴데를 보며 말없이 밥만 먹는다. 싫다는 표현인데...
내가 보기에도 할아버지 꿈이 너무 야무지신 것 같다
귀가길에 할아버지는 못내 섭섭해하는듯 말이 없다
아니 그 당연한 사실을 모르신단 말인가
극장을 친구랑가야 재밋지 70대 할아버지랑 가고 싶을까
등산도 그렇고, 더더구나 골치아픈 수학을 하필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같이 놀아주는 분, 맛있는거 사주는 분,
그리고 궁할 때 편들어 주는 분인데 .....
나이드니 우리가 짝사랑에 빠진 것을 알겠다
지나고보니 아들도 딸도 사위도 며느리도... 짝사랑의 대상
이제는 손녀 손자도.... 외손주도....
이제 혼자 중얼거려본다
" 느이도 내나이 되어 봐라... "
그런 말 한다고 달라질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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