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음악광

이예경 2015. 12. 28. 22:17

나서는 일이라면 질색인 사람이지만
남들앞에서 노래부를 일만 생기면
절대 사양을 안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악보읽기를 한글읽듯이한다
처음보는 악보로 노래를 부를수있고
길이던 산이던 아무때나
툭하면 목청을 뽑기를 겁내지않는다

지난가을에는 짝꿍노래자랑 대회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아 상패와선물을 안았다.
대상은 어디서든 쉬운게 아닌데
얼마나 연습을 많이했을까

그런데 요즘 송년모임 철이니 어떻겠는가
어느 동창모임에서 2부에 음악위주로
진행을 한다며 출연해달라 했댄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표정이다

몇개의 18번리스트중 두곡을 뽑아
샘플성악가의 연주를 반주삼아
매일 조석으로 30분씩 연습을 하고
반주자에게줄 악보도 새로 찾아냈다

다른 출연자들의 수준이 높으니
대충연습해가면 짤릴 수도 있다며
열과 성을 다해 연습해갔다

드뎌 리허설한다고 지난 일욜오후에
출연자들과 반주자 함께 모였다
피아노반주자의 작업실에서
색소폰연주, 오페라아리아,  가곡, 등 여섯팀이 꽤나 고상한 레퍼토리를 들고와서 차례로 피아노박사의 반주와 맞춰보기로했다. 한쪽에선 녹음기를 장치하고 연주하기를 기다린다

자기차례가 다가오자 헛기침을 하며
물을 마시고 얼굴에 긴장이 감돌았다
까짓거 연습이라 편하게 생각하세요
옆에서 말을해도 긴장을 감추지못한다

아! 그런데 노래소리가 연습때완 다르게
갈라져나오고... 그는 떨고있는 듯했다

대학입시를 치루는 것도아니고
맞선을 보는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벌금을 내는것도아니고
억만금을 주는 자리도 아닌데
더구나 송년모임 무대에 오른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왜 떨고있는 거냐구...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이 입을모아 
편안한 맘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두어번 연습하니 좀낫긴하다
성악선생은 발성연습도 더하면
더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다른분들 연주에 좀 기대를 하고 들어보았다. 그렇게 고상한 클래씩 악보를 보고 하는건데 내가 아무리 후하게 보려도 유감스럽게도 기대밖이었다.
비싼 반주자 불러다가 그렇게밖에...?

그런데 오페라아리아 사랑노래를 부른분의 말씀을 듣고는 감동을 안할수가 없었다
그는 이번 출연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성악래쓴을 받았는데 그교수님이 노래가 급하지 않다면서 3개월이 지나도록 노래는 하나도 안가르쳐주고 매번 발성연습만 시키더란다.

그래서 이분이 자기혼자 독학으로 이태리말 가사를 외워가며 매일 연습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긴 오페라 아리아를 원어로 하나도 안틀리게 마치 군가를 부르듯 우렁차게 씩씩하게 불렀다 
성악선생은 할말을 잃은듯 묵묵.

모임이 끝나자 그는 부지런히 짐을 챙기며 집이 대구라고 했다. 세상에! 그는 일욜 아침부터 부지런히 기차를 타고 서울로 리허설을 하러 오신 것이었다.

나의 감동부분은 그분이 음악을 좋아하는것을 지나 얼마나 사랑하기에 그렇게 열성일까... 였다는것. 한편으로는 참 멋대로이기도 한데 말이다.

내생전에 이렇게 음악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분들은 드문 분들인듯하다.
그런데 혼자서 사랑하는건 누가 뭐래나? ...적어도 무대에 오르겠다는 분들이라면 ... 너무 자기생각만 하시는거 아닌지?

그러나 그들의 음악사랑을 누가 말릴것인가. 그들은 예정대로 계속 진도를 나갈 것이고 아마 지금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70년이상 오로지 가족부양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하시느라 바삐 지내시면서도 어릴적 성악의 꿈을 잃지않고 이제서라도 뭔가 이루어보시려고 버켙리스트 실현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참 대단하시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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