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신체육 선생님이 담임이셨다
종례시간에 여름방학때 수영강습을 하니 등록하라셨는데
1차와 2차가 있었다. 누군가가 1차강습에 친구따라 등록했다가
사정이 생겼다면서 2차로 바꿔달라고 선생님께 말했다
신체육은 "그러게 생리 날짜 계산도 미리 못하냐" 며 면박을 주셨다
아니 말씀도 안드렸는데 어떻게 아셨지?
그때는 그게 이상했고 남자선생님이 그러시니 쥐구멍을 찾았다했다
수영강습은 아침 9시 정각에 시작해서 5시정각에 끝났다
아주 기초부터 했는데 쉬는시간과 점심시간 잠간을 빼곤 거의 물속에서 보냈다
물속에서 수영할 때는 모르다가 뙤약볕 속을 30분이나 걸어서 집에 도달하면
대문간을 넘을 기운이 없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기어서 들어가
툇마루에 고꾸라지다싶이 쓰러지면 엄마가 설탕물을 타주셨다
어지러워 핑그르르 돌다가도 저녁밥을 먹고
다음날 일어나면 또 멀쩡하게 학교로 가서 수영강습을 받았다
다음날 5분정도 지각했고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에 텀벙 들어가니
신체육이 사람 키보다도 더 긴 장대를 들고 내 앞으로 뛰어와서
내 눈을 찌를듯이 얼굴 바로 앞에서 장대를 흔들어가며 소리소리질렀다
너무 챙피하고 너무 무섭고 해서 나는 물만 쳐다보다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렇게 혼이 난 후 원래도 겁이 많았던 나는 그뒤로
지각도 못하고 숨도 크게 못쉬고 집중해서 강습을 받았다
선생님이 물속에 들어와 한명한명 손모양 머리모양 을 아주 자상하게 가르쳐주셨고
조금 모양이 이상하다싶으면 애들을 모두 세워놓고
그앞에서 너무 똑같게 흉내를 내는 바람에 한쪽에선 웃고 당사자는 얼굴을 붉혔다
인격적인 가르침은 아니었지만 단점을 고치기엔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래도 너무나 철저하게 잘 가르쳐 주신덕에 나같은 왕초보 맥주병이
일주일만에 25미터를 개구리수영으로 왕복할 수 있었다
요즘 어느 수영강습에서 일주일만에 그런 진도로 할 수 있을까
너무나 힘에 부치고 힘들었지만 덕분에 욍초보 딱지는 떼었다
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니 반대항 수영대회를 한다며
수영선수를 선발하였다
놀랍게도 내가 수영선수- 25미터 개구리수영-로 뽑혔다. 의외였다
선수로 뽑혔으니 연습을 해야지
그덕에 오후에 수영장에가서 매일 연습하여 실력이 더 늘었다
강습때보다 더 자상하게 잘 지도해주셨고
나는 2등을 해서 미안했지만 평생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때 배운 수영실력으로 평생을 수영할 줄 아는 사람 행세를 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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