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내가 겪은 4.19

이예경 2015. 5. 8. 15:51

3중1때 3교시 였던가 공부시간에 학교 담장 밖에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이 고대생들이 데모를 하며 지나가는 소리라고 수군댔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이순영과 또한 친구를 불렀다

수원과 인천에서 매일 통학하는 친구들은 미리 집에 가야한다며 조퇴를 시켰다

 

우리는 4교시까지 하고 집에 가라고 한 것 같다

(오래되서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틀린건 수정해주기 바란다)

어떤 친구들은 교무실에 가서 집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데리러 올때까지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집이 팔판동이라서 친구 몇몇과 함께 그냥 나왔다

 

학교 앞 길에는 군인들이 군데군데 서있고 행인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나는 팔판동 우리집에 가려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중앙청 정문까지 가서

우회전하여 중앙청 담장을 끼고 거의 다가서 길을 건너야 한다

그런데 광화문네거리 쪽으로는 험한 일이 벌어졌는지 통행을 못하게 하므로

크라운제과 뒷쪽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도 군인 행인 대학생으로 어수선했고 총성도 간간이 들렸다

앞을 보니 남자대학생이 총을 맞은채 피흘리며 걸어간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순간 나는 인파에 쓸려 골목으로 피신했다

 

그러기를 몇차레..친구와는 헤어졌고

중앙청을 지나야 집에 갈 수 있어서 숨죽이고 가슴졸이며 인파를 헤치고 귀가,

동네에 도착하니 앞골목 쌀가게집 아들(고대생)이 총맞아 죽게 됐다며

배가 남산만한 새댁이 울고 있었다

 

학교는 한참 휴교였던것 같고

철이 없던 나는 걱정은 좀 됐지만 별 할일도 없어서

이웃에서 빌려온 한국문학전집을 읽으며 기다렸던것 같다

 

그때 총맞은 대학생을 본 거, 공포스런 분위기가 기억난다

 

언젠가 "7일간의 사랑"이란 책을 보고 영화도 봤는데

미국인 주인공이 파리에서 데모대를 만나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고

골목을 헤메다 여의사를 만나 치료받으면서 반짝 사랑을 나누는 얘기였던것 같다

그 배경이 419때 일을 생각나게 했었다

 

지나고 보면 우리는 국가적으로 격변기를 살아온 것 같다

우리 애들에겐 안정된 세월을 살게 해주고 싶지만......

요즘 돌아가는걸 보면 그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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