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경기여고 불났을때

이예경 2015. 5. 8. 15:53

학교에 불났을때 1

2007-04-09 오전 11:48:52


 

이예경

스크랩 : 0

조회 : 182


 

나는 집이 팔판동이었는데 한동네에 박상진이 살고 있었다

2 2월이니 봄방학 중인데 저녁무렵에 상진이가 교복 허리띠를 매면서 헐레벌떡 내집을 두드렸다

"얘 어떡해! 우리학교가 지금 불났대. 빨리 학교에 가보자"

난 두말 할것도 없이 교복입고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 학교에 당도했다

 

교정에는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모여있고 시커먼 연기는 하늘을 찌른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엉엉 울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보니 본관건물 2층이 내려앉아 왼쪽은 땅에 닿아있다

순간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것이 올라오더니 눈물이 쭈르르.....

뭐라 말이 안나오고 가슴은 터질것 같다.

1때 중2때 허구헌날 오르내리던 교실이 완전 검댕이로 변했고 연기는 계속 올라오고...

아니 어떻게 저리 될 수가.....

 

건물이 너무나 노후되어 불길이 오르면서 2층이 지레 내려앉더라고 했다

숙직선생님은 재봉선생님이셨다하고 가네하라현상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수위실 표씨 아저씨와 재봉선생님이 경찰서에 불려갔다고도했다

 

개학 후 학교에 가서도 내려앉은 교사를 볼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3학년이 되었고 교사가 부족하여 우리는 예법실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아마 고3이라서 매우 좋은 곳에 배정받은 것일꺼라 생각되었다

강당도 칸막이를 하고 쪼개고 쪼개서 교실을 여러개 만들었으니 방음도 어려웠을것이다

 

새 교사를 지어야하니 새학기부터 전국적으로 모금운동이 전개되었다

일단 반에서 자체적으로 모두 힘을 합하고 특별성금도 장려했다

학교 게시판에는 성금 단체들의 명단과 모금액수가 매일 붙여졌다

때로는 산골학교의 초등생의 성금이 들어와 우리를 송구스럽게 했다

각계각층에서 성금이 쇄도했다

'이야기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표한 사람이 뽑혔나요?  (0) 2015.05.08
수영강습 - 이예경 ( 2007-04-15)   (0) 2015.05.08
내가 겪은 4.19  (0) 2015.05.08
뇌과학에서 본 성 차이   (0) 2015.05.08
잉꼬부부의 탄생  (0) 201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