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시는 말 그대로 애국심의 발로로 쓴 시가 되고 전쟁시는 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이죠.
전쟁시가 애국시가 될수도 있지만 애국시가 모두 전쟁시는 될수가 없죠.
애국시,
이 한 몸 조국 독립의 씨알 되어
나라를 위한 의리로서 죽는 것은
내 평생의 소원이었으므로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다
비록 내 한몸이 땅에 묻힌다 하더라도
그로써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의 또 다른 이재명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알의 곡식이 땅에 떨어져
수천 백의 곡식을 낳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통감부를 철폐하고
5조약과 7조약을 무효화하며
빼앗은 대한의 주권을 하나 남김없이
우리에게 되돌려라
그러면 일본은 장차 일본에 밀어닥칠
큰 화를 면하게 될 것이다.
- 이재명의사가 사형언도을 받고 하신 말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호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어풀이
가르마 : '가리마'의 사투리
삼단 : 삼(大麻 대마)을 베어 묶은 단. 긴 머리채를 비유함
답답워라 : 답답하여라
깝치지 마라 : 재촉하지마라.
맨드라미 : '민들레'의 영남 사투리
지심 매던 : 기음(김)을 매던
짬도 모르고 : 현재상황도 모르고
신령이 지폈나보다 : 제 정신이 아니고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혔나보다
전쟁시,
다부원(多富院)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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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농성(籠城)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
초토의 시 (적군묘지 앞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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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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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시는 말 그대로 애국심의 발로로 쓴 시가 되고 전쟁시는 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이죠.
전쟁시가 애국시가 될수도 있지만 애국시가 모두 전쟁시는 될수가 없죠.
애국시,
이 한 몸 조국 독립의 씨알 되어
나라를 위한 의리로서 죽는 것은
내 평생의 소원이었으므로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다
비록 내 한몸이 땅에 묻힌다 하더라도
그로써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의 또 다른 이재명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알의 곡식이 땅에 떨어져
수천 백의 곡식을 낳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통감부를 철폐하고
5조약과 7조약을 무효화하며
빼앗은 대한의 주권을 하나 남김없이
우리에게 되돌려라
그러면 일본은 장차 일본에 밀어닥칠
큰 화를 면하게 될 것이다.
- 이재명의사가 사형언도을 받고 하신 말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호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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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마 : '가리마'의 사투리
삼단 : 삼(大麻 대마)을 베어 묶은 단. 긴 머리채를 비유함
답답워라 : 답답하여라
깝치지 마라 : 재촉하지마라.
맨드라미 : '민들레'의 영남 사투리
지심 매던 : 기음(김)을 매던
짬도 모르고 : 현재상황도 모르고
신령이 지폈나보다 : 제 정신이 아니고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혔나보다
전쟁시,
다부원(多富院)에서
조지훈(趙芝薰)
한 달 농성(籠城)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때문의 희생인가를 ……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찌기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던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초토의 시 (적군묘지 앞에서) - 구 상 -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 리면
가로 막히고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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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 /
종로의 인경[人定]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고 뒹굴어도 /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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