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아버지의 숙제 3

이예경 2013. 8. 6. 23:03

 

 

장손으로 태어나 육이오로 고향을 떠나신 우리 아버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해 놓으시고 몇몇해인가
수만명 가운데 행운명단에 못 들어
소망은 불발 되어 날아갔네
                                                                                  
북녘의 할머니 정한수 떠놓고

큰아들위해 손이 닳도록 기도하시다
눈물로 떠나시며 남긴 유언이 있다네
"통일이 되면 큰아들 손으로 백골에 흙 한줌 뿌려다오"
 
살아 생전 부모님을 만나 뵙는 게 소원인데
이젠 동생인 사촌들도 저세상에 갔단다
조카들까지 몇이나 병으로 갔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시던 우리 아버지
 
구십에 암수술 후, 얼굴 모르는 조카라도 만나야지
부모님 묘소가 어디인지 물어봐야지 눈물 짓던 아버지 
영혼이 되신 후 이제는 부모님 영혼과 천당에서 만나셨을까

휴전선을 넘나들며 자유로와 지셨을까?

구름도 새들도 경계없이 넘나드는 그곳         
강물은 남북 없이 몸섞어 흐르는데 

그리운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이산의 저린 가슴 풀지도 못하고 가신 아버지         

 

 

 

 

<아버지의 숙제>
 
어느날 갑자기 고향가는 길이 막혔다면
그래서 부모님도 동생도 영영 만날 수 없다면
피붙이들과 아무런 소식을 주고받을 수 없다면
그게 바로 나 자신이라면 .....상상해보라
 
구십을 바라보는 장손, 우리 아버지의 숙제

이산가족 상봉 신청해놓으시고 소식을 기다리신다.
신청자 수만명인데 어쩌다 백여명만 상봉했다니
북녘을 바라보며 그 막막함에 한숨만 날려 보낸다
 
북녘의 할머니는 정한수 날마다 떠놓고

손이 닳도록  남녘의 큰아들 기도 하시다
눈물로 떠나시며 남기신 유언이 있다네
"통일되면 큰아들 손으로 내 산소에 흙이라도 한줌 뿌려다오"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십수년 동안
동생도 사촌들도 모두 저세상으로 갔단다
조카까지 둘이나 병으로 갔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고향생각으로 밤잠을 설치신다
 
아버지 암수술 후 거동이 불편하시니
어떡하던 죽기전에 남은 조카라도 만나야겠다고
더이상 기다릴수는 없다고 하신다
그러나 휴전선을 어찌할꼬?
 
북녘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철새가 한없이 부럽다
기러기야, 우리 아버지를 등에 없고
고향에 내려드릴수 없겠니?
남북분단의 처절함을 누가 알아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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