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채석강에.......밀물과 썰물같이.....

이예경 2012. 7. 25. 23:46

다음날 새벽, 손주들이 재깔재깔 소근소근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꼬마들이 배고프다해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게 하고
우리부부는 손주 3명을 데리고 아침산보로 채석강을 구경하러 갔다
애들 엄마아빠들은 방문을 꼭 닫고 아직 기상 전이다
 
해변엔 썰물로 모래바닥이 드러나고 구경온 사람들이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어제는 못 본 커다란 섬과 자잘한 섬들이 대여섯개가 나타나 있다
그리고보니 채석강도 가로무늬가 있는 바위들이 어제보다 훨씬 넓게 드러나있다
군데군데 웅덩이에는 바다로 가지 못한 자잘한 물고기들이 바삐 움직이고
조개랑 게들이 바위틈에 남아있고 해초들도 눈에 띤다 
  

 

 

 썰물은 대단하다 물속에 숨겨있던 채석강 특유의 바위들이 모두 몸체를 드러낸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잔챙이 물고기들과 조개, 어린 게들이 바위틈을 들락거린다

 

 

해수욕장 한가운데로 어제 저녁까지도 못보았던 섬이 나타났다. 괭이갈매기들이 아얌 아얌 소리를 내며 나른다

궁금증 많은 사람들이 섬위로 걸어가며 뭔가 줍기도 한다

 

 

 

엊저녁과는 달리  모래사장이 엄청 넓어졌다

 

 
아이들에게 자연공부를 보여주고 한바퀴 돌고 나니
이른새벽 해변엔 사람들도 없는데 어느새 물가로 달려가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파도가 저멀리 물러나 있고 갑자기 몰려든 안개에 싸여 소나무숲은 모습이 어제와는 사뭇 딴판이다.
아침안개 후에는 날씨가 쾌청이라는데 대낮에 햇볕이 따가울 모양이다

 


 

 팔짝팔짝 뛰며 파도타기를 하고 밀려온 조개와 해초를 집어들고 할미를 불러대며 전해주기 바쁘다

 

아이들이 계속 물속에서 안나와 집에서 기다리던 딸과 며느리가
유부초밥을 잔뜩 만들어 과일이랑 김치랑 싸들고 해변으로 나왔다
 

 

스트레스까지 날려라, 휘익~....넓디넓은 물빠진 해변에서 부자간에 원반던지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남자들은 넓은 해변에서 프리즈비를 던지고 받으며 뛰어다니고
모두들 파라솔을 중심으로 들락날락하며 하루를 보냈다
파라솔을 펼치고 츄브니 구명조끼니 물놀이 용품들을 펼쳐놓으니 애들이 신이났다

  

 진흙으로 팔다리를 새까맣게 머드팩을 하더니 사진 찍으란다

 

 

 

 

오후 1시가 되자 파라솔 장사가 와서 파라솔을 옮겨주겠다고 한다
4시에 만조가 되면 모래사장이 거의 없어지니 그전에 경계선 콩크리트 길 위로 올라가야한단다
그러는 중에도 모래사장은 밀물을 만나 시시각각 물바다로 넓게 변해가고 있다
3시가 되자 바다 한가운데 있던 섬도 없어지고 채석강도 거의 물속에 들어가버렸다

 

 

 

4시가 되자 정말로 물이 턱밑까지 들어와 모래사장이 거의다 없어져버렸다
그새 사람들이 많아져 물속은 만원이다
덕분에 아이들 노는 모습이 코아래로 보이니 서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다

밀물과 썰물이 달의 영향이라 배워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를 보니 누군가가 장난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덕에 게들과 조개들과 물고기들 그리고 모래밭과 갈매기들까지 
먹이를 찾고 숨돌리며 여유를 갖기도 할 수 있는 세상 이치가 놀랍고 신기하다 

 

 

 

이틀간 햇볕을 쪼여서인지 식구들 팔다리 색갈이 모두 발그레하게 잘익은 쏘시지 같다
자외선방지크림, 수영복 위에 입은 티셔츠, 진흙을 발라놓은 머드팩....등
여러가지 해보아도 물속을 들락날락하면서는 뜨거운 햇볕을 완전하게 차단하지는 못한다
다행이 비타민 D는 잘 생겼을 것이니 겨울 감기는 문제 없겠지
 
저녁시간에는 애들이 맥주를 마시러 분위기 좋은 곳에 가자고 했으나 애들끼리 가라하고
핳배와 할미는 손주들과 놀면서 "넝굴당" 연속극도 봐야한다고 사양했다
손주들과 같이 딩굴딩굴하며 할미눈에는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럽고 대견스럽다
그렇게 기세좋게 놀던 아그들이 조용해지고 잠에 곯아떨어졌고 둘째날이 지났다

 
셋째날에는 아침산보로 또 손주들만 데리고 죽막마을 바지락 양식장으로 갔다
바지락 조개의 이름은 밟을 때마다 바지락바지락 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양식장해변에는 모래는 없고 대신에 온통 바지락같이 생긴 자갈돌로 깔려있고 해초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돌아 오는 길에는 아침인데도 햇볕이 따가우니 손주들이 힘들다고 해서

할미가 옛날얘기하며 같이 뛰다 걷다하며 웃기고 쇼를 해서 겨우 돌아왔다 사흘째가 되니 꽤가 나는 모양이다

 

여유롭게 아침을 해먹고 남자들은 세그웨이를 타러 나갔다
세그웨이는 두발바퀴위에 막대기가 달려 손잡이를 조정해서 달리게 되어있는데
즉석에서 운전방법을 배운뒤 신나게 달리며 해변길을 일주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습장이 바로 베란다 아래로 보여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막대를  앞으로 밀면 달리고 뒤로 당기면 멈추고 핸들을 좌우로 움직여 방향을 바꾼다

 

 

 익숙해진 다음에는 모두에게 형광가슴띠를 둘러주더니 다같이 줄을 서서 해변길을 일주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꽤나 재미있었는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기분좋아한다

 

 
그동안에 여자들은 각자 짐을 꾸렸다. 
이젠 썰물의 시간이다
다같이 쓰던 것들이 세집 가방속으로 나뉘어 들어간다
석별의 정을 나누고 아들네는 공주박물관으로 나는 딸네랑 집으로 길을 떠났다
 
눈을 감으나 뜨나 우리가 다같이 어울려 놀던 모습이 눈앞에 빙빙 돌아가고
자손들의 얼굴들이 하나씩 돌아가고
밀물과 썰물같은 움직임 속에서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난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