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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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이 장례식을 치렀다.
또한 그가 직접 장례식을 주선하기까지 했다. 서양 장례식은 장의사에서 치러지는 게 통념이다. 장의사에는 입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채플(작은 예배당)'이 있고, 그 옆에는 다과를 나누는 응접실이 붙어 있다. 입관된 시신에 마지막 경의를 표한 조객들은 응접실로 이동하는데, 그때부터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경건 모드'가 삽시간에 '사교 모드'로 바뀌는 것이다. 조문객들은 망자를 언제 봤느냐는 듯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반기며 더러 웃기도 한다. 접시에 가득 음식을 싸 놓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관 속에 누워 조문을 받는 순서가 끝나면 이처럼 망자는 여지없이 '찬밥 신세'가 되고 만다. 망자 입장을 살핀 한 어른이 자신의 독창적인 방식을 들고 나왔다. 죽어서 '찬밥 신세'가 되는 대신 살아서 더운 밥을 같이 나누자고 나선 것이다. 올해 83세인 내과의사 출신인 이재락 박사는 지난 4월 느닷없이 캐나다 토론토의 <한국일보>에 공개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제목은 '나의 장례식'. 그 편지에서 "제목이 좀 이상하다, 그러나 이 글의 말미쯤에는 좀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망자가 '찬밥 신세'인 장례식 싫다... 살아서 더운 밥 같이 나누자 "나는 한국에서는 군의관 생활 3년 외엔 그리고 55년 전 미국에 왔다. 의료에 종사한 첫 25년 동안엔 이곳 백인들의 장례식에도 가본 일이 없다. 그때 그 시절엔 내 친구들이
그후 25년을 이곳 토론토에 거주하면서 친지, 장례는 그 민족, 그 나라 또는 그 지역에서
그래서 생각한 일인데 내가 거동도 하고, 친지, 지인들과 웃으면서 이를 장례식이라 해도 좋고, 마지막 작별인사 모임이라 불러도 좋다."
자신이 그 전통을 깨는 길 밖에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그후 MRI란 검사를 하니 이젠 담낭암이 간, 위에도 퍼졌고 복부 여러 곳의 복막에도 퍼져 이젠 소위 말기암 상태라 한다.
아직 아픈 데도 없고 잠도 잘 자고 있으니 말기암이란 그러나 지금의 내 상태가 태풍전야의 일시적 고요라고 하며 두 달,
살아 있는 이 박사가 관 속에서 누워서가 아니라 연회장의 입구에는 접수가 있었지만, 들고 오는 봉투는 정중히 사양했다.
"몇 가지 부탁이 있다. 둘째는 복장인데 일기에 따라 야외피크닉용이 적당하고, 만일 들것에 실리는 지난 9일 정오 연회장 '타지'(Taj)에 300여 조객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이 박사가 이런 장례식을 제의했을 때 세 아들은 '뜨악'해 했다. 맏아들(성구)은 캘거리대 의대교수이며,
"검은 양복·드레스 대신 꽃무늬 있는 예쁜 옷 입고 오세요" 1946년 서울 경복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농과대학에 다니다 의대로 옮겨, 54년 3월 졸업과 동시에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군복무 중 미군 장교의 도움으로 미국 덴버에 있는 육군병원에서 7개월간 실습했다. 귀국했다가 57년 다시 도미, 시카고대학병원 등에서 내과 수련을 쌓았다. 이후 시애틀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63년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에 정착했다.
뉴펀들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그랜드폴스에 거주하며
캐나다의 외딴 곳인 뉴펀들랜드에서 85년 토론토로 옮겨온 뒤에는 블루어 한인 타운 내에 병원을 개업, 와인을 곁들인 회식이 끝나고, 잔치는 계속 되었다. "죽어서 장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어 이 박사는 "원래 7월에 할 생각이었는데, "최근 검사를 받아보니, 암이 거의 커지지 않았다고 해
가족 소개와 헌시 낭송, 지인들의 '나와 이재락 박사' 이야기,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내가 걸어온 길(My Way)'이었다. 1967년 프랑스 작곡가에 의해 발표된 이 곡의 가사를 동시대의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에 대한 헌사로였다. 플로리다에서 만났을 때, (난 이 비즈니스를 걷어치울 거야. I'm sick of it,(더 이상 견딜 수 없어) I'm getting the hell out
그가 말하는 '비즈니스'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실은 죽음을 앞두고 되돌아보는 인생으로 은유된다.
/ 친구야, 분명히 말할게/ 그리고 그 이상이었던 것은/ 완전했던 삶의 마지막 커튼을 마주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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