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추운 날씨에 연달아 남편 친구들이 부모님 상을 당하여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 장례식장에 서너번 갈 일이 생겼다
남편은 날더러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예스"를 기대하고 말하는건데
나는 무심을 가장하고 "노"라고 대답하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
그전에는 주로 동부인해서 다녀왔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모임 일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그쪽 부부를 잘 알고 있기도 해서다
모임에 가보면 부인이 따라온 경우가 두어명 이상은 없다
남편친구들은 내게 인사를 하고 대접상 자리도 권하고 그러는데
어떤이가 내게 "보디가드랑 항상 같이 다니니 얼마나 든든하고 좋으시냐"고 말을 건넨다
천부당 만부당! 나는 배시시 웃으며 "남편이 아니고 제가 보디가드죠" 대답하니
그들 모두가 의외라는듯 눈을 똥그랗게 뜬다
"당장 오늘 저녁만 해도 만취하시면 제가 운전해서 편안하게 모시고 가는데요"
모두가 하품을 하니 그 말 잘하는 분들 입에 내가 지퍼를 채운 꼴이 되었다
남편은 내가 윤활류 역할을 하는 적이 많아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운전을 핑게로 혼자만 술을 금해야 하는게 싫고
마누라가 따라가야 대중교통보다는 편하고 음주운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도 남편이 좋은게 나도 좋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남편친구들 모임엔 주로 안따라간다
그러니 옛날 생각이 나서 은근히 내게 동행을 종용해 보는 것이다
나는 수술후 몸조리 중에 3개월간 이런저런 꼭 갔어야 하는 모임에도 전혀 나가지 못했는데
내가 안갔다고 큰일 난 것도 하나도 없었고 ......
외출준비로 몸단장에 뭐에 그런거 신경 안쓰고 안락하게 집에 있어보니 너무 좋은 걸 알았다
남편따라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은근히 스트레스였던가보다
집에 있는게 더 좋을 것도 없다는 착각 속에 살았나보다
전에는 남편친구 결혼식 다녀와서 주소록이니 연락처, 장부정리 하는 거며
갑자기 초상나면 몇십명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일일이 문자 띠우고
동창모임 날짜 정해지면 동창 몇십명에게 편지를 부치고
1주일 전에 팩스 보내고 이틀전에 참석여부를 묻는 전화를 하고
당일에 문자를 띠우는 일까지 모두가 내차지였다
허구헌날 사장님, 회장님들, 비서들이니 남편친구들에게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전화를 하려니
내가 때로는 짜증이 날 때도 있었는데 남편은 자기일이 아니라고 했던 거다
자기는 그런거 해본적이 없어 할 줄도 모른다는 핑게를 대거나
회사일에 바쁜데 그 연락 종일 하려면 회사일은 언제하냐고... 말이 안된다....
내가 말해봤자 소귀에 경읽기라 차라리 내가 해버리고 조용한게 낫다
그러다가 마누라 척추 수술후 3개월 조리중에 남편은 내가 하던 일들을 거의다 했는데
집안일 뿐 아니라 그런 사무적인 일까지도 자연스럽게 그가 떠맡게 되었다
나는 아픈게 무슨 벼슬이라고, 본의 아니게 거의 턱으로 이족 저쪽을 가리키며
요리법이니 컴퓨터로 단체문자 띠우는 법이니 다 전수해 주게 되었다
그런데 오래살고 볼 일인가 보다
이제 조리기간 3개월이 지나 나는 일상생활을 거의다 하게 되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툭하면 설겆이를 해주고 쓰레기를 도맡아서 버려주고
친구 집에 초상나면 자기가 알아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락한다
봉투 편지 띠우는 일도 이멜로 다 바꿔버렸고 단체문자도 멀쩡하게 잘 띠운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의 어느부분은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무엇을 착각하고 사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예기치 못했던 상황을 만나면 순식간에 착각이 깨져버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거나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전 처음해본 일이 잘되면 의외의 장끼에 어깨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고 세상도 변해간다
자! 나의 다른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기대 반, 걱정 반....속에 세월은 잘도 흘러갈 것이고
흘러가면서 뭐가 나올지는 두고 볼 수 밖에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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