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인복지관에서 상담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청을 받게 된다
특히 정원이 일찍 마감된 컴교실에 자리도 없는데 중간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조르거나
접수자가 넘쳐 추첨으로 정원을 조절할 경우 꼭 들어가게해달라고 조르는 경우이다
상담사가 무슨 권한도 없는데 답답하니까 욕심으로 무조건 대쉬해보는 것 같다
어떤 노인은 컴퓨터를 많이 사서 교실을 늘여야 한다고 내게 일장 연설까지 하신다
하여튼 노인들에게 컴교실이 무척 인기가 있다는 뜻일 게다
김노인은 70 세로 컴교실 학생이 되신지 2 년 정도 되신 남자분인데
항상 예습 복습을 잘해오시고 타에 모범이 되시는 분이다
퇴직 무렵 뇌경변으로 쓰러지신 후 몇년을 병고에 시달리시다
가족의 극진한 간병과 본인의 각고의 노력으로 재활치료도 받고
등산을 열심히 다니며 이제는 일상생활을 남의 도움없이 거의 정상으로 사신다
컴맹이다가 눈을 뜨게 되니 이런 세상이 있었나 매일매일이 감동의 도가니일 정도란다
말로만 듣던 동창 홈피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초보로 겸손하게 답글정도 달았으나
이제는 스위시로 작품을 올리는 등 계속 배우니까 고수대접을 받는다
한곳에서 계속 배우니까 친구들도 생겨서 커피타임을 하며 인사도 나누고
컴퓨터 이야기만 하는 중에도 성격도 서로 알게되어 친해졌다
개중에도 특히 강여사는 서로 이멜을 주고 받고 멋진 여행사진도 교환하고
자작 스위시작품을 만들어 보내주거나 다른 작품중 좋은것도 보내준단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전부터는 제법 찐-한 사랑의 멧세지가 오기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남의 스위시 작품을 베껴 보냈다고는 하나
노인의 가슴을 화끈하게 만드는 내용들인데 그냥 무반응으로 있자니
웬지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않은데 그렇다고 맞불을 놓자니
옆지기 눈치도 보이니 그것도 쉽지 않다는 고민에 빠졌다
김노인은 친구들과 주말등산을 갔다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장아무개는 " 물러서라 " 하고, 이아무개는 " 저질르라 " 하고
" 그렇게 고민되면 나한테 넘겨 "
" 네 마누님한테 일러야지. 안되겠네 "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하더니 심지어는
" 그냥 자빠뜨려! " 하더란다
.....................
노인들이 참 재미있게 놀으신다.
남자들이란 나이와는 관계없이 동물적이라할까, 꿈속에 산다할까
동창끼리 허물없는 사이라 농담 반에 진담 반이었을 게다
어쨌거나 김노인은 지난 봄부터 어딜가나 그 고민을 털어 놓고는 기분좋게 하하 웃으신다
내게는 고민으로 들리지 않고 자랑으로 과시욕으로 들린다
강여사가 노인을 유혹하려는 목적으로 그랬다기보다는 단순히
가슴에 와닿는 좋은 작품을 같은 반 친구로서 같이 감상해보자는 뜻이지 않았을까
김노인이 좀 과민 반응인가 아닐까 싶은데....모르겠다
그래도 아무런 사건도 없이 지내는 것 보다는
노후에 건강 악화로 바닥까지 체험했던 노인에게
멋진 작품으로 잠시나마 가슴뛰게 해주었다면 큰 위안이 될 수도 있고
살짝 데이는 정도 까지는 괜찮은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쎄, 김노인의 사모님이 나중에 알고서
"봄바람도 바람이여~" 라고
영감님의 얼굴이라도 할키는거 아닐까 모르겠지만서도....
어쨋던 컴퓨터 교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 교실임엔 틀림이 없다
세월이 좋아 이런걸 맛보며 사는 것도 괜찮은것 같다고
"그때 쓰러졌을때 나 죽었으면 어쩔번 했어"
김노인은 항상 싱글벙글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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