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어버이날이 마침 일요일이라 마음 편하게 지낸것 같다
친정에는 미리 전날에 다녀오고 옵빠랑 남양주 병원에 가서 아버지도 뵙고 왔다
사위랑 즐거운 표정으로 옛날 한창시절 무용담을 풀어 놓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즐거운 회상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건가
이런저런 일을 이루어놓으셨으니 이제 마무리만 잘 하시면 된다
그런데 마무리란 것이 한국 통계에 보면 한국 노인들은
세상 뜨기전 10년을 누워서 지내는 것으로 나와있으니
아무도 자신의 미래 상황을 장담을 못할 것이다
어버이날 당일에는 결혼한 아들딸들이 애들 데리고 교회앞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한정식 점심 먹고 문원공원에 돗자리깔고 수다떨며 쉬었다
손주 셋이 이리뛰고 저리 뛰는데 할아버지가 놀이터에 따라다니며 놀아주었고
나랑 아이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 놀이터를 바라보며 근황을 나누었다
애들 얘기 들으며 그시절의 나와 지금 애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맞벌이 하느라 열심히 사는건 좋은데 좀 안스럽기도 하다
귀가길에 내집에 들려서 애들한테 밑반찬 몇가지와 열무김치니 배추김치
그리고 무공해 잡곡을 한봉지씩 넣어 주었고 아이들도 선물을 놓고 간다
나는 손자에겐 티셔츠, 손녀들에겐 꽃핀과 분홍레이스로 된 레깅스를 주었다
바쁜 아이들이 애쓰고 찾아왔는데 뭔가 손에 들려주고 싶어서 준비한 것이다
약소하지만 선물받고 애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이쁘다
저녁에는 시동생 내외가 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열두대문"에 가서 식사를 했다
이경은씨에게 물어 아이디어를 구한 건데 시동생 식구들이
이렇게 멋있는 한정식 집을 어떻게 아셨냐며 너무나 흡족하게 생각했고
음식도 아주 잘 나와서 모두 즐거워했다 특히 시어머님이 맛있다고 댓번이나 말씀하셨다
마침 계절도 좋아서 연두빛 신록에 꽃들이 만발해서 경치도 그만이었다
어버이날에 챙길 일도 많았고 받기도 하느라 분주하게 보낸 셈이다
그런데 다음날에 친구들을 만났더니 누군가 어버이날 잘 지냈느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벌컥 화를 내며 "그런말 묻는 사람이 제일 싫어" 한다
그랬더니 옆에서 이구동성으로 맞어 맞어 하면서 공감을 해주는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안계신집, 편찮으신 집
애들을 유학 보낸 집, 유학 후 거기서 애들이 결혼해서 살림 차린 집....지방에 사는 집...
하여튼 부부가 달랑 둘이서 할일없이 남의 집앞 시끌벅적한 소리나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나더라 했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뭐하는 물었더니 그집도 똑같더라고...
요즘 세상에 어버이날을 잘 지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나는 옆에서 입도 뻥끗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같이 앉아있었다
난 맨날 분주하게 사느라 힘들어 지칠 지경인데
일이 적은 사람도 그런대로 답답한 일도 있는 거구나
사람들은 누구나 어쨋거나 만족이 없는 거구나....
하여튼 그렇게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나도 앞으로 해마다 올해 같지는 않을 것이다
십년안에 노인 셋이 다 세상을 떠나실 수도 있고 손주들이 외국에 갈 수도 있겠지
옆에 있을 때 잘 하자....
아자 아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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